/정상혁 기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이 천지개벽 사이에 연꽃이 피어있다.

프랑스 설치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58)은 덕수궁 연못에 자신의 대표 조각 작품 ‘연꽃’을 띄웠다. “전시를 준비하며 대한제국 시절의 고난을 거쳐 한 세기 만에 세계적 위상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의 역사에 매료됐다”며 “이곳이야말로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지닌 내 작품이 놓이기에 최적의 장소라 판단했다”고 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개인전(8월 7일까지)을 위해 최근 방한한 오토니엘은 미술관 옆 돌담 너머 덕수궁으로 전시 장소를 확장했다.

정화(淨化)를 의미하는 꽃, 오토니엘은 연꽃의 형태를 위해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구슬을 뀄다. 그 위에 금박을 입혔다. 얼핏 왕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 정원만의 시(詩)적인 분위기에 살며시 스며들고자 했다”며 “너무 큰 규모의 설치물로 힘을 과시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맑은 표면이 주변 풍경을 비춘다. 세 점의 ‘황금 연꽃’에 실제 연못에 핀 노랑어리연꽃이 어린다. 연못 가운데 나뭇가지에는 ‘황금 목걸이’를 걸었다. “영험한 나무에 뭔가를 걸어두고 소원을 비는 오랜 풍습처럼” 세 점의 조각이 유행병 이후 일상의 건강을 희구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퐁피두센터·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잇따라 초청받은 이 인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덕수궁 곳곳에 새겨진 옛 제국의 문양 오얏꽃 그림도 그려 미술관에 걸었다. “끈기와 부활의 메시지”라고 한다. 그는 15일 다시 덕수궁 연못을 찾았다. 비가 내렸다. “하늘이 흐리니 연꽃이 더 밝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