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인들의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 (소설) ‘검은 꽃’ 쓰러 멕시코 갔을 때 박물관에서 아스테카 유물을 많이 봤지만 설명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했는데 이제야 아스테카 문명에 대한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 ‘코코’ 캐릭터들이 참조했을 법한 조상(彫像)들도 보여서 재밌어요. 만화나 일러스트 하시는 분들, 판타지 ‘세계관’ 공부하시는 분들 가보시면 좋을 듯.”

소설가 김영하씨는 지난 12일 인스타그램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을 보고 온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8월 2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한·멕시코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개최됐다. 멕시코와 유럽의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테카 문화재 208점을 선보인다.

‘비의 신 틀랄록 장식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흔히 ‘아즈텍’이라 불리는 ‘아스테카’ 문명은14~16세기 현재의 멕시코시티 자리에 있었던 도시국가 테노츠티틀란에서 융성했다.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1521년 멸망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잉카, 마야와 함께 ‘아메리카 3대 문명’으로 불리는 아스테카 문명은 그간 스페인 정복자의 시선으로 왜곡돼 인신공양(人身供養)과 정복전쟁 등의 잔혹한 이미지로만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전시는 아스테카 역사와 문화의 본모습을 살피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신(神)들의 희생이 있어 세상이 탄생하고 태양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아스테카 세계관의 중심. 신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관념이 정치·경제·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 정현 학예연구사는 “신들이 노하지 않도록 제물을 바쳤는데 전쟁 포로가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고 했다.

가장 귀한 제물은 인간의 심장이었고 ‘신들의 배설물’이라 불린 금(金)은 가장 귀한 재료였다. 이번 전시엔 테노츠티틀란의 대신전(大神戰)인 템플로 마요르 일대에서 출토된 황금 심장이 나왔다. 전시의 대표 이미지인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도 이 지역에서 발굴된 것. 아스테카인들은 이 신이 지하에서 거인의 뼈를 가져와 인간을 만들었다 믿었다. 높이 176㎝, 무게 128㎏의 조각상. 가슴 아래엔 간과 쓸개가 달려있는데 아스테카에선 인간이 지닌 세 영혼 가운데 하나가 간에 들어있다 생각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인들의 자녀 훈육 장면이 담긴 '멘도사 고문서'의 한 장면. 말 안듣는 아이의 얼굴에 매운 고추를 태운 연기를 쐬고 있다(왼쪽 사진).

주식인 옥수수, 열매와 줄기는 물론이고 가시까지도 유용하게 쓰였던 선인장, 물과 바람 등에도 신격을 부여했다. 이를 형상화한 신상들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말 안 듣는 자녀의 얼굴에 매운 고추 연기를 쐬어 훈육하는 장면이 그려진 ‘멘도사 고문서’ 등에선 아스테카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