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스스로 왼쪽 귀를 자른 건 유명한 일화다.
그의 잘린 귀가 상품화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부터 고흐 자화상 전시를 열고 있는 영국 런던의 유명미술관(코톨드갤러리) 측이 전시 관련 굿즈로 고흐 귀 모양의 6유로짜리 지우개를 판매하자 “정신 질환은 결코 농담의 소재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쇄도한 것이다. 극도의 불안 증세에 시달렸던 화가를 희화하하고, 더 나아가 현재 유사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모멸감을 준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고흐의 병명을 간질, 측두엽뇌전증(TLE)으로 진단한다.
귀(Ear)와 지우개(Eraser)의 합성어(‘Earaser’)로 명명된 해당 ‘귀 지우개’는 “고흐와 당신의 문제를 지워버리세요”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하는 장난스런 이른바 엽기 굿즈다. 미술관 측이 직접 제작한 상품은 아니며, 아마존 등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다만 런던에서도 소문난 유명 미술관의 처신치고는 너무 가벼웠다는 지적이다. 미술관 측은 지우개 말고도 고흐의 얼굴과 함께 “…고통받는 예술가를 위해”라고 쓰여진 비누 역시 아트샵 매대에 올렸다. 한 관람객은 미술관 인스타그램에 “저명 예술기관이 어떻게 이토록 둔감한 감수성을 보일 수 있느냐”는 글을 남겼다.
비판이 거세지자 미술관은 이 ‘귀’를 판매 상품 목록에서 잘라냈다. 인상파 컬렉션으로 유명한 이 미술관은 고흐가 귀를 자른 직후 그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