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녀 커플이 전시장에 걸린 그림에 낙서하고 있는 CCTV 영상(위). 아래는 낙서로 훼손된 미국 화가 존원의 그림 '무제'다. 가운데 초록색 부분이 낙서다.

지난 3월, 미술 전시장에 경찰이 출동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전시장에 걸려있던 미국 화가 존원(58)의 그림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전시 주최 측이 CCTV를 돌려본 바, 전시장에 소품으로 놓여있던 물감과 붓을 들고 한 남녀 커플이 그림에 덧칠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당시 미술계를 뒤흔든 이 유명한 ‘그림 훼손 소동’ CCTV 영상이 NFT(대체불가토큰)로 제작돼 판매된다. 가격은 무려 10억원으로 책정됐다. NFT 미술품 거래업체 닉플레이스 관계자는 “CCTV에 등장하는 연인과 연락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대가로 초상권 협의도 끝마쳤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 존원의 그림 ‘무제’를 구매해 분할 판매를 진행하는 동시에, 이같은 일종의 ‘깜짝 행사’를 기획했다. 항간의 이슈를 선점해 판촉에 활용하는 NFT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당시 낙서를 했던 커플은 경찰 조사에서 “벽에 낙서가 돼 있고 붓과 페인트가 있다 보니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경찰에 답했다. 해당 그림은 얼핏 담벼락 낙서처럼 보이는 그라피티 작품이기에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자가 “원상 복구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갓 스무살 된 이 커플은 1000만원에 달하는 그림 복원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닉플레이스 측은 “이 그림을 우리가 구매하면서 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CCTV 영상은 롯데월드몰 측에서 무료로 제공받은 것이기에, 이를 10억원에 판매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나친 장삿속이라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상품 가치는 언제나 시장이 평가한다”며 “과도한 가격이라면 누구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