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민 2020년작 유화 '이모 방 옆에서'(53.0x45.5cm). /산수문화

제사상 위에 음식이 놓인다. 망자를 위한 정물이 다소 창백해보인다. 화가 문영민(53)씨가 어느 날의 제사상을 그려낸 유화 ‘이모 방 옆에서’는 저승에 바치는 이승의 음식을 담고 있다. 후손은 봉분처럼 등을 굽히고 술을 따를 것이다. 망자의 젯밥은 그러나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개인전 ‘남은 사람들의 몫’이 서울 신림동 산수문화에서 13일까지 열린다. 제사상을 그린 유화와 제사의 여느 행위를 묘사한 수채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절차 속에서 발생하는 생활의 무게를 드러낸다. 해당 그림 속에서 병풍과 위패는 텅 비어있다. 죽음의 익명성 혹은 보편성을 흰 여백은 보여준다.

독실한 천주교 가정에서 자란 화가에게 제사는 유교 문화와 가톨릭 교리의 독특한 이종 교배로 간주된다. 제사를 둘러싼 이미지와 더불어 천주교 성상·묵주 등이 전시장에 함께 하는 이유다. 미국 애머스트주립대 미술대 교수로 있는 화가는 “제사상은 애도와 묵상을 가능케 하는 자리”라며 “내 작업은 집 안에 임시로나마 그러한 성스러운 영역을 정성스레 만드는 행위에 대한 경애심의 표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