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오줌부터 쌌다. 대범하게 똥을 누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곤 뒹굴었다.
퍼그·닥스훈트·골든레트리버부터 믹스견(犬)까지 개떼가 미술관에 출몰했다. 견공을 위한 미술 전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이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9일 개막했기 때문이다. 전시 시작점인 미술관 중정(中庭) 잔디밭에 마른 볏짚 등을 늘어놔 맘껏 대소변 보고 뛰놀게 한 뒤, 실내 전시장으로 향하는 동선이다. 개사료로 만든 정연두 작가의 개 조각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등 곳곳에 설치·조각·영상 20점이 놓여 있다. 이날의 첫 손님, 다섯 살짜리 퍼그 상구가 개를 위해 제작된 낮은 소파에 누워 꼬리를 흔들었다. 보호자 이상은(20)씨는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서로 같은 개체가 돼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작품을 관람(?)하는 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적록색맹인 개를 위한 맞춤형 영상도 있었으나, 관심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성용희 학예사는 “근시인 데다 시각적 동물이 아니다 보니 모니터에 반응하는 개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개들은 그저 중정 잔디밭이나 실내에 목재조각을 깔아 숲속처럼 꾸민 단순한 자연적 공간에 환호했다. 그리고 이들의 시선은 언제나 미술품이 아닌 그들의 보호자를 향했다.
이 같은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영국·이탈리아·미국·덴마크 등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사한 설정의 ‘반려동물과 함께 보는 미술이야기’가 2017년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에서 열린 적이 있다. 국립미술관으로서는 흥미로운 사건이지만, 신선함이나 전시 자체의 매력은 떨어진다. 볼거리가 다양하지 않아 “이게 전부예요?” 묻는 관람객도 여럿이었다. 게다가 개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30분 간격으로 두 팀만 입장 가능하지만, 다른 전시 관람객들이 ‘개 구경’을 온 탓이었다. 미술관 측에서 가장 염려하는 건 안전사고. 성 학예사는 “개가 사람을 무는 돌발 상황 등을 막기 위해 외주 인력까지 써가며 10명의 지킴이를 배치했다”고 했다.
이 전시의 목표는 미적 경험의 제공이 아니다. “미술관에 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을 일으키는 것,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하지만 과연 ‘모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것. 그렇기에 “귀한 세금을 소외계층이 아닌 개한테 써도 되느냐” 같은 비판 역시 예상된 것이다. 두 살배기 래브라도 레트리버 코코의 반려인 서지원(42)씨는 “강아지와 들어갈 수 있는 공공기관은 주민센터 정도였는데 코코와 미술관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첫날부터 노쇼가 빈번했다. 이날만 사전 예약자 15명이 펑크를 냈다. 개 탓은 아닐 것이다. 10월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