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로 뽀얀 속살의 식빵 조각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또 바로 오른쪽 벽엔 모닝롤이 그득하고요. 그 위엔 블루베리 롤케이크 부스러기… 이 그림들은 엄유정 작가의 '빵' 시리즈입니다. 3년 동안 전국 빵집을 돌며 빵을 그려 모았다고 합니다. 더 많은 빵을 만나러 2층으로 가볼게요.”
라디오 DJ가 조곤조곤 낭독하는 이것은 10월 4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열리는 ‘대흥동네트워크(食): 탄수화물 휘게’ 전시 소개다. EBS 라디오 ‘이청아의 뮤지엄 에이로그’. 미술 전시만 전문으로 소개하는 이색 시도다. 지난 1월부터 환기미술관 조문자 개인전,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건축 소장품전 등 전시 24곳을 소개했고, 이달 초 시즌2가 시작됐다. 김가은 PD는 “미술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이 없어 비(非)전공자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짧은 콘텐츠를 떠올렸다”고 했다. 15분 안팎 분량으로, 팟캐스트로도 들을 수 있다.
전시를 다루는 잡지·블로그 등 여러 매체가 있지만 대체로 눈으로 보는 정보에 한정되고, 도슨트 및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 장소에 가야만 이해할 수 있다. 김 PD는 “집에서 혹은 버스에서 라디오만 듣고도 감상이 가능하도록 연출하려 했다”고 말했다. 10회 백남준아트센터 ‘침묵의 미래’ 편에서 출품작 ‘무성자음’의 실제 작품 사운드를 삽입한 것처럼, 미술관 측과 협의해 최대한 현장감을 살리는 노력이다.
그러나 시각 기반인 미술을 말로만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다. “전시 메시지와 관련된 문장을 책에서 발췌해 도입문으로 삼는 등 단순 정보가 아닌 ‘느낌’을 건네려 한다”고 제작진이 밝힌 이유다. DJ를 맡은 배우 이청아도 “분위기 전달을 위해”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없으면 해당 전시장을 방문한다. “라디오로 흥미를 유발하고 후속 검색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다만 취재부터 녹음·송출까지 한 달 정도 걸리다 보니, 전시 기간이 긴 전시를 소개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시즌2부터는 소형 전시와 광주·대전 등 지방 전시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10월 11일까지 열리는 ’2020 미술주간'에도 참여해 7개 전시를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