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미술관이 영상을 가득 채운다. 카메라가 바이엘러 재단의 울프 쿠스터 수석 큐레이터를 향하고 “몬드리안 작업실로 함께 가시죠”라는 그의 말에 추상화의 선구자 몬드리안 작품이 하나둘 떠오른다.
22일(현지 시각)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베일을 벗은 바이엘러 재단의 피터르 몬드리안(1872~1944) 보존 프로젝트. 작업실엔 엑스레이 탐지기, 현미경, 적외선 감지기, 각종 미술 도구 등이 진열돼 있다. 보존·복원가 마커스 그로스는 “언뜻 채도가 달라 보이는 흰색이라도 현미경으로 보면 붓칠 때문에 색의 질감을 다양화한 몬드리안의 작업 방식을 탐구할 수 있다”면서 “검은 선으로 구획을 나누는 것조차 굵기와 덧칠로 다층적 입체감을 준다”고 말했다.
미술 수집가인 에른스트 바이엘러 부부가 세운 바이엘러는 파블로 피카소, 알베르토 자코메티, 루이스 부르주아, 리처드 세라 등의 기획전을 선보이며 연간 4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스위스 최대 규모 미술관으로 꼽힌다. 몬드리안의 주요 초기 작품부터 후기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이 20세기 거장의 회화 작품을 스위스에서 매우 포괄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중 하나. 2022년 몬드리안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전시를 기획하면서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 라프레리와 손잡고 2년간 몬드리안 작품 4점을 복원·보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아트 바젤 공식 후원사인 라프레리는 여류 아티스트 니키 드 생팔을 후원하고 협업한 바 있다.
바이엘러 재단의 울리케 에르프슬뢰 총괄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예술은 우리를 과거와 연결해주고 우리의 역사와 유산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예술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로 2개월 휴관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원작을 직접 마주할 때의 희열, 관람객과 도슨트(해설자)의 대화, 또 미술관 공간 내부를 느껴보는 경험은 온라인 공간의 가상 경험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귀중한 체험”이라고 덧붙였다. 쿠스터 수석 큐레이터도 “우리가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와 문화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면서 “근대 미술 상징인 몬드리안 보존 작업을 통해 본질(essence), 순수(purity), 미(beauty)를 추구하는 작가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후대로 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