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20203년 수상자로 선정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 photo courtesy of Tom Welsh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사옥 디자인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70)가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8일 선정됐다. 프리츠커상은 ‘건축 노벨상’으로 통하는 국제 건축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으로 매년 3월 수상자를 발표한다.

치퍼필드는 건축계 내부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화려하고 과장된 형태를 내세우기보다 절제된 디자인으로 주변의 맥락에 순응하는 건축을 해왔다. 심사위원단은 이런 태도를 ‘명상적 디자인’으로 규정하면서 그의 건축이 “섬세하면서도 강력하고, 차분하면서도 우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로비 공간을 개방하고, 외벽을 파내듯 마련한 공간에 공중 정원을 조성해 서울 용산 도심에 숨통을 틔운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Noshe

심사위원단이 사례로 든 그의 대표작 중에는 오래된 건축물을 복원한 작업이 많다. 독일 베를린 신(新)박물관은 2차 대전으로 훼손된 벽의 잔해를 보존해 건물이 가진 역사를 드러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16세기 관청 건물을 문화 시설로 복원한 프로쿠라티에 베키에는 전통 장인들과 협력해 벽과 바닥을 마감하고, 폐쇄돼 있던 건물을 일반에 개방했다. 지역성과 공공성, 역사를 중시하는 태도가 드러난 작품들이다.

로비에 사방으로 큼직한 출입구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디자인한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내부. /photo courtesy of Noshe

서울의 아모레퍼시픽 사옥도 대표작 중 하나로 언급됐다. 이 건물은 외부에 루버(차광판)를 촘촘하게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로비 공간을 사방으로 개방해 주변을 지나는 누구나 쉽게 드나들도록 했다. 이런 디자인으로 “개인과 집단, 사적인 것과 공공적인 것, 일과 휴식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으며, 공존과 교감의 기회를 사회에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퍼필드는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