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 Flowers(2023) /Azuma Makoto 트위터

순백의 설원 위 한눈에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설치물이 서 있다. 얼어붙은 폭포 물줄기 같기도, 녹아내린 촛농 같기도 한 하얀 얼음을 온몸에 감싼 채.

자세히 보니 알록달록 여러 종류 꽃들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꽃으로 만든 얼음 조각이다.

‘식물 조각’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선보인 일본의 꽃 예술가 아즈마 마코토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공개한 작품 ‘프로즌 플라워(Frozen Flowers, 2023)’다. 번역하자면 ‘얼린 꽃’. 얼음으로 만든 꽃이 아니라 꽃으로 만든 얼음이다.

Frozen Flowers(2023) /Azuma Makoto 트위터

아즈마는 꽃이라는 연약한 생명을 꽃이 살 수 없는 곳이라 여겨지는 극한의 환경으로 가져가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해저에 수중 식물 조각을 설치하고, 특수 장비를 단 풍선에 꽃다발을 넣어 우주로 발사하기도 했다.

'Frozen Flowers(2023)' 설치 과정 /Azuma Makoto 트위터

이번 무대는 홋카이도의 눈밭이다. 2년 전 처음 선보인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했다. 얼린 꽃이 탄생하기까지 섬세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여러 종류 꽃을 꽂아 사람 키보다 큰 화환을 만든 다음, 사다리를 타고 올라 물뿌리개로 물을 뿌렸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물은 곧 얼어붙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동안 붉게 피어 있지는 못한다고 했던가. 그런데 얼림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은 꽃의 무덤이다. 아름다운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