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키아프 전시장에서 키아프 VIP 룸을 설계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광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2. / 고운호 기자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Kiaf)’가 돛을 올린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한쪽에선 그윽한 풀 향기가 번졌다. 키아프가 열린 1층 A, B홀 옆쪽의 그랜드볼룸 내부와 통로 일부가 정원으로 바뀐 것이었다. 총 380평 공간에 볏단 1.5t, 억새·이끼 등 화분 4400개 분량으로 ‘영국식 정원’처럼 꾸민 녹색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은 ‘예술을 보다, 예술에서 쉬다’라는 콘셉트로 만든 키아프의 VIP용 라운지. 전형적인 박람회장 건물에 자연을 이식(移植)한 사람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박광(49) 스트락스 대표였다.

스트락스 박광 대표가 디자인한 코엑스의 키아프 VIP 라운지. /사진작가 장미

“한국 미술 시장이 1조원 규모로 커졌다는데 그 시장을 뒷받침하는 제반 환경은 그 열기에 한참 못 미쳐요. 디테일의 완성도가 따르지 못하면 미술품 거래가 장사치들이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에서 만난 박 대표가 말했다. 그는 “해마다 런던 켄싱턴 가든에서 펼쳐지는 건축 프로젝트인 ‘서펜타인 파빌리온’ 같은 개념으로 매년 열리는 국내 아트페어의 라운지를 크리에이티브의 무대로 삼고 싶었다”고 했다. “예술과의 연결고리 없이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기존의 라운지에서 벗어나, 공간 자체를 하나의 예술로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락스 박광 대표가 디자인한 코엑스의 키아프 VIP 라운지. /사진작가 장미

박 대표는 전지현 등 톱배우가 사는 고급 빌라 브랜드 ‘어퍼하우스’와 ‘아난티 청담’, 홍천 카스카디아 골프장, 내곡동 헌인마을 ‘르엘 어퍼하우스 헌인’ 등 하이엔드 주거와 상업 공간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다.

지난 5월 부산 아트 페어 때 만든 VIP 라운지./ 스트락스 제공

그런 그가 아트페어 라운지에 관심 가진 것은 지난 5월 ‘아트 부산’ 때였다. 그는 “아트 바젤이나 밀라노 가구 박람회 등에 가보면 후원사들이 만드는 부스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이다. 반면 국내 박람회는 대충 칸막이 쳐서 급급하게 치러낸다는 인상이 짙어 아쉬웠다”고 했다. “우리 국격이 이젠 이런 디테일도 챙길 때란 생각이 들어” 올 초 아트 부산 측에 VIP 라운지 설치를 먼저 제안했다. 당시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방식으로 연출한 공간이 호평받으면서 이번 키아프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라운지를 선보이게 됐다.

사진 / 2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키아프 전시장에서 키아프 VIP 룸을 설계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광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9.2. / 고운호 기자

박 대표는 “일반적인 디자인 과정은 자본(고객사)이 크리에이터(디자이너)에게 돈을 주면서 시키는 ‘용역’ 차원이라면 이 프로젝트는 반대로 크리에이터가 자본에게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 외치는 것”이라며 “작가가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팔 듯 VIP 라운지를 먼저 설계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즈라는 ‘외부 충격’을 통해 각성할 좋은 기회가 마련된 상황에 누군가는 퍼스트 펭귄(가장 먼저 도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장기적으로 이런 공간이 젊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트락스 박광 대표가 디자인한 코엑스의 키아프 VIP 라운지. 실내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에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사진작가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