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끝을 엿가락처럼 늘려 붙인 것 같기도, 말발굽을 붙인 것 같기도 하다. 지난달 말 덴마크 옥스볼에 들어선 ‘덴마크 난민 박물관(FLUGT)’이다.
얼핏 평화로운 전원 마을 같지만 이곳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덴마크에서 가장 큰 난민 수용소가 있었다. 수용된 난민은 유대인이 아니라 패전국 독일 사람들. 한때 수용 인원이 4만명을 넘어 작은 도시를 이룰 정도로 규모가 컸다.
사진의 기다란 두 건물은 병원으로 쓰이던 동이다. 전쟁의 광기를 일으킨 국가의 대가는 결국 자국민을 향했다. 자신들이 촉발한 전쟁으로 인해 터전을 떠난 독일인들이 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병원 건물 두 동을 부드러운 곡선 구조물로 연결해 박물관(1600㎡)으로 만든 주인공은 건축그룹 ‘BIG’. 덴마크 유명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48)가 이끄는 곳이다. 프로젝트마다 파격적인 형태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건축계의 악동’도 이번 프로젝트에선 숙연해진 듯하다.
코르텐 강철로 덮은 연결부로 들어서면 이전 병원 건물의 붉은 벽돌이 나타나 마치 집으로 초대된 듯한 느낌을 준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곡선형 유리벽을 통해 수용소가 있던 안뜰이 보인다. 비야케 잉겔스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건축적인 프레임을 디자인하려고 했다”며 “지금도 강제로 고향을 떠나 있는 수백만 난민들을 떠올리며 관련 주제를 탐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