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는 이른바 ‘집방’의 전성시대다. EBS ‘건축탐구 집’, MBC ‘빈집 살래’ 같은 방송에 MBC ‘구해줘 홈즈’처럼 실수요자에게 직접 집을 중개해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SBS ‘나의 판타집’,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등 시즌 종료된 프로나 다른 방송의 한 코너로 편성된 경우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집 이야기가 넘쳐난다.
집을 찾는 방송이 많아진 것은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데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 확대로 인해 집의 ‘기능’을 새롭게 보게 된 것도 클 것이다.
하지만 집방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들이 우리 주거·건축 문화에 어떤 질(質)적 변화를 불러올지 돌이켜보게 된다. 앞서 TV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먹방’은 단순히 유명 식당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왜 좋은 음식인지에 대한 폭넓은 문화적 이해로 나아갔다. 특히 음식 문화에서 생산과 소비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허물고 요리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백종원을 비롯해 여러 스타 셰프가 탄생했다.
이에 비해 집방은 건축을 보여주고 다루는 방식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저 3인칭 ‘구경꾼’ 시점에 갇혀 출연자들은 중간 중간 양념처럼 쇼맨십과 애드리브를 보여줄 뿐이다. 현재 대표적 집방인 ‘구해줘 홈즈’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방송에선 출퇴근에 매일 4시간이 소요되는 의뢰인의 사연이 소개됐고, 결국 출근 시간을 15분으로 단축시켜 줄 수 있는 집이 선택받았다. 방송 내내 강조된 것은 평수와 금액, 접근성 등이었다. 집을 숫자로만 보는 관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집방을 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 시간에 녹아든 고민과 노력은 간단한 설명과 사진 몇 장으로 넘어갈 뿐이다. 그러다 보니 건축가가 출연하더라도 대부분 보조자로서 중간중간 전문적 내용을 보충 설명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방송 관점에서 이는 오히려 퇴보한 인상을 준다. 집방의 원조로 불렸던 MBC ‘러브하우스’(2000년)는 건축가 양진석의 활약으로 웃음과 함께 공간이 펼쳐내는 하나의 드라마를 선사했다. 지금의 집방은 양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대중의 입장에서 집을 ‘해석’해주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 건축계가 작가주의에 경도되어 대중 눈높이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작사가 시청률만 생각해 연예인을 내세우는 데만 집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나마 EBS ‘건축탐구 집’이 건축가 문훈, 임형남, 노은주라는 전문적인 ‘관찰자’를 투입해 집의 건축적 가치를 꾸준히 웅변하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시즌2로 다시 돌아온 MBC ‘빈집 살래’는 어촌의 버려진 집을 다시 설계하고 고쳐가는 과정을 통해 내용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집과 건축은 매일 먹는 음식에 비해 매우 값비싼 소비재여서 대중과 거리감이 있고, 또 우리의 주거 문화가 그동안 아파트라는 철옹성에 갇혀 있었던 상황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집과 건축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냉장고를 부탁해’나 ‘나는 가수다’처럼 집과 건축을 소재로 한 경연이 등장할 법도 하다. 집방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려면 단순히 구경꾼처럼 집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운 방송이라는 ‘형식’과 결합해야 한다. 예능이든 다큐든 상관없다. 건축가 여러 명이 모여 자기들 만의 지식과 관점, 삶이 이뤄지는 공간에 대한 해석에 따라 집을 제대로 ‘요리’하는 집방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