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에스에서 설계한 용인 동천동 주택. 계단은 도시 소형 주택의 중요한 수직 동선이자 고양이들이 즐겨 눕고 쉬는 공간이다. /건축사진가 노경

“지금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습니까?”

5년마다 실시되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온 인구주택총조사에 지난해 처음으로 포함된 이 문항은 반려동물이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은 전국 313만가구로 전체의 15%였다. 개가 227만가구로 가장 많고 다음이 고양이(57만가구)다. 개·고양이를 함께 기르는 집도 14만가구다.

'가가묘묘'(家家猫猫)를 펴낸 건축가 박지현, 박민지, 조성학(왼쪽부터). /장련성 기자

비유에스 건축사사무소 박지현(35)·조성학(35)과 이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박민지(27)는 그중에서도 고양이에 주목했다. “고양이야말로 도시에 맞는 반려동물일 거예요.” 젊은 세 건축가는 그런 생각을 담은 책 ‘가가묘묘’(家家猫猫·공간서가)를 최근 펴냈다. 비유에스에서 설계한 단독주택과, 다른 원룸·투룸·연립 주택까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7곳의 이야기를 담았다. “언젠가부터 고양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의뢰하는 집이 늘어나는 걸 체감했어요. ‘고양이와 집’ ‘도시의 고양이’가 이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당시 사무실을 찾아오던 길고양이들과 ‘묘연(猫緣)’이 닿기도 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이야기를 엮어‘가가묘묘’를 펴낸 건축가 박민지, 박지현, 조성학(위쪽부터). /장련성 기자

도시의 작은 주택을 여러 차례 설계한 경험도 고양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들은 “소형 주택 자체가 캣타워(고양이가 오르내리는 장난감)와 비슷하다”면서 “수직적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 수직 방향 활동이 많은 고양이에게 적합한 면이 있다”고 했다. 작은 땅에 공간을 층층이 포개야 하는 집이 뛰어오르고 뛰어내리길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잘 맞는다는 이야기다. “아파트나 원룸 같은 곳은 아무래도 고양이들이 다채로운 활동을 하긴 어려워서 가구 주변에 물건을 싹 치우고 높이 올라 앉게 해주는 집이 많은 것 같아요.”(박민지)

고양이와 달리 강아지는 수평 방향 활동에 적극적이어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박지현은 “강아지는 산책을 시켜줘야 하고 짖는 소리도 있어서 언젠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선택할 것 같다”고 했다.

①욕실 창턱에 앉은 양평 도장리 주택 고양이. ②집의 도면 위에 누운 용인 동천동 주택 고양이. ③대문 너머로 거리를 내다보는 서울 쌍문동 주택 고양이. 대문은 고양이가 밖을 볼 수 있지만 빠져나갈 수는 없도록 간격을 조정해 만든 것이다. ④서울 효창동 주택 고양이들. 설계 당시엔 고양이가 없었지만 1층에서 운영하던 꽃집의 흙을 찾아 고양이들이 모여들었다. /각 주택 건축주 제공

책에 소개된 일곱 집 가운데 단독주택 네 곳은 비유에스에서 설계했다. 고양이를 고려한 공통적 요구가 있었다. 우선 털에 대한 대비. 드레스룸처럼 털이 날리면 곤란한 곳의 동선을 고양이로부터 차단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방도 분리했다. 독립적인 화장실을 마련하고 사막화(모래에서 배변하는 고양이가 주변에 모래를 흩뜨리는 모습을 가리키는 애묘인 용어)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래를 처리할 여유 공간을 주는 점도 강아지와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

주목할 공간은 계단이다. “작은 집은 계단도 작아요. 사람에겐 불편할 수도 있는데 고양이에겐 작은 계단이 상자 속처럼 아늑하고 드러눕기 딱 좋은 크기가 된 거죠. 계단에서 고양이들이 자주 누워서 낮잠 잔다고 들었어요.”(조성학)

고양이는 예측불허의 건축주이기도 했다. 양평 주택은 고양이들이 캣타워에 앉아 밖을 내다보도록 창문을 배치했으나, 정작 고양이들은 서늘한 감촉이 좋았는지 타일로 된 욕실 창턱에 자주 앉았다. 건축주 부부의 책방을 겸한 서울 쌍문동 주택은 집과 책방 사이에 작은 창을 냈다. 집 안과 서점에서 남편과 아내의 시선이 서로 통하도록 만든 이 창에 언젠가부터 고양이들이 앉아 서점에서 일하는 ‘집사’를 바라보곤 했다. 이들은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지만, 주인보다도 집을 잘 알고 구석구석 활용하는 게 고양이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