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주택에 지은 기도실. 콘크리트로 이음매 없는 곡면을 구현했다. /사진가 노경

건축가 조신형(48)은 자신의 디자인이 ‘강박적’이라고 했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디자인으로 최근 세계적 디자인 잡지인 영국 월페이퍼의 ‘아키텍츠 디렉토리 2021’ 20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00년부터 장래가 기대되는 전 세계 건축 스튜디오를 발굴해 수여해온 상이다. 월페이퍼는 “엄격한 디자인 과정,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로 작업한다”고 평했다.

이런 접근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부산의 한 주택에 지은 기도실이다. 토굴(土窟)처럼 인공의 조명도 냉난방도 없는 이 건물에 군더더기처럼 이음매가 남지 않도록, 통짜로 거푸집을 짜서 입체 곡면 건물을 한 덩이의 콘크리트로 만들어냈다.

모델하우스·병원부터 제주도에 계획 중인 40만평 규모 문화시설 마스터플랜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넘나들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 자택 내 휴게 공간, BTS ‘버터’ 안무 영상 촬영 장소였던 한강 잠원지구 ‘서울 웨이브’도 디자인했다. 주택 ‘라운디드 하우스’에서는 중정(中庭)을 공기 순환의 통로로 활용했다. 조신형은 “공기의 순환은 영국 AA스쿨에서 공부하던 2004년 무렵부터 고민해온 주제”라며 “한 주제를 오랫동안 개발해 왔다는 점 역시 강박적”이라고 했다.

조신형은 영국·프랑스에서 자랐다. 그는 “외국 학교에선 책 한 권을 일 년 내내 봤다”면서 “한 가지를 깊이 공부한 습관이 작업에도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AA스쿨과 미국 하버드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동료 ‘힐로’와 개업한 스튜디오 ‘초·힐로 에이플러스유’ 이름을 최근 ‘디퍼런셜 퍼머넌스(Differential Permanence)’로 바꿨다. 직역하면 ‘영속성의 차이’라는 의미. 그는 “용도를 다한 건물의 재활용·재건축 가능성 등까지 고려하는 영속적 건축을 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