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집을 잃은 유랑민들을 위해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6X6 디마운터블 하우스. /사진가 노경(갤러리 L.993 제공)

어엿한 집 한 채가 통째로 갤러리에 전시되고 있다. 이 집의 이름은 6ⅹ6 디마운터블 하우스(demountable house). 말 그대로 해체 가능한 조립식 주택이다. 한쪽 벽 길이가 6미터이니 10평이 조금 넘는 크기다.

가설 주택이지만 어엿한 작품이다. 퐁피두 센터 설계 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이었던 프랑스 건축가 장 프루베(1901~1984)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을 위해 디자인했다. 중앙의 철제 기둥과 지붕에 갈빗살처럼 연결된 뼈대로 하중을 받기 때문에 벽을 모두 떼도 무너지지 않는다. 해체해서 차로 옮기고 2명이 하루에 조립할 수 있다. 전쟁통에 주택 보급이 급하기도 했겠지만, 도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려면 집이 땅에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여야 한다고 믿었던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다.

1944~1945년 프랑스에 보급된 400여채 가운데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중 한 채가 서울 강남의 갤러리 L.993 개관전에 나왔다. 전시에선 프루베의 이 집을 비롯해 르코르뷔지에, 샤를로트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 등 프랑스 모더니즘 건축·디자인을 이끈 대가들의 가구 작품도 볼 수 있다. 6월 11일까지. 7000원. 관람하려면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