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재해, 분쟁, 대규모 이민…. 안타까운 일로 보금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집을 찍어낼 수만 있다면….”
이탈리아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와 3D프린팅 기업 WASP가 지난달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라벤나에서 실제로 집을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둥근 호박 두 개가 이어진 모양의 이 주택은 3D프린터로 현지의 진흙을 200시간(8.3일)동안 ‘출력’해서 지은 것이다.
면적 60㎡(약 18평). 진흙을 두께 12㎜씩 350겹으로 쌓아 벽을 세웠다. 가로 방향으로 빗질한 듯한 벽의 무늬는 진흙을 얇게 겹겹이 쌓아올리면서 나타난 것이다. 출력된 진흙을 한줄로 연결하면 총 150㎞. 둥근 천창이 있는 자리에 크레인을 세우고, 크레인의 팔에 매달린 특수 3D 프린터가 컴퍼스 끝의 연필처럼 돌아가며 진흙을 쌓았다. 이름은 테클라(TECLA). 기술(technology)과 진흙(clay)을 합친 말이다.
테클라는 단기간에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이나 만성적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저개발 국가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봉사단원들이 나무를 켜고 망치질을 하며 뚝딱뚝딱 가설 주택을 짓던 풍경이 머지않아 3D 프린터 기술자들이 크레인을 설치하는 모습으로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는 “이 집의 아름다움은 형태에 있는 게 아니라 오래된 재료와 최신의 기술을 결합했다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테클라는 저비용·친환경 주택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