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해방 전후사의 이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2’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인정 심사에서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불인정 통지서에서 “특정 관점의 강조에 치우친 편향된 표현 방식”과 “완성도가 아쉽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건국전쟁2’는 지난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재평가해 약 117만명이 관람한 ‘건국전쟁’의 후속작으로 지난달 10일 개봉했다. 30일까지 관객은 5만1715명이다.
올해 9월까지 독립영화 심사를 접수한 작품은 총 444편. 이 중 29편(6.5%)만이 심사에 탈락했다. 영진위 심사 결과에 따르면 ‘건국전쟁2’는 10편 중 1편만 떨어지는 심사에서 탈락할 정도로 표현 방식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뜻이 된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독립영화 불인정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건국전쟁2’가 독립영화로 인정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위험하다”였다. 지난달 19일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인정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 9인 중 7인이 ‘건국전쟁2’의 독립영화 인정에 반대했다. 위원회는 이날 독립·예술영화 인정 여부를 두고 총 20편을 심사했다. ‘건국전쟁2’의 독립영화 ‘인정’ 의견을 낸 A위원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문서나 기록들을 활용해서 감독이 소신을 가지고 새롭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들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 안에 잘 담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불인정 의견을 낸 위원 상당수가 ‘위험하다’는 모호한 이유를 평가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B 위원은 “역사적인 면에서 교묘하게 포장을 잘했다고 봤고, 그 부분이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을 통해 평생 집권을 하려던 문제는 쏙 빼놓고 경제적인 부분만 계속 부각하면서 찬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다루면서 공(功)만 강조하고 과(過)를 다루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다큐 ‘노무현입니다’나 문재인 대통령의 다큐 ‘문재인입니다’ 같은 작품도 모두 두 대통령의 공만 강조했음에도 독립영화 인정을 받았다. 이는 전형적인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B 위원은 또 “당시 세대가 아닌 현재의 10~30대는 역사적인 측면에 대한 비판적인 수용이 안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건국전쟁2’는) 위험하다”고도 했다.
C 위원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곡해하고 편향되게 다수의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위험하다”며 인정에 반대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제18대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한 다큐 ‘더 플랜’(2017)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치 현상을 다분히 음모론적인 시각으로 다뤘음에도 독립영화 인정을 받았던 사실과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입맛에 안 맞으면 불인정, 사상 검증 아닌가”
영진위 규정에 따르면, 독립영화 인정을 따지는 기준은 3가지다. 상업 영화가 다루지 않는 쟁점을 깊이 있게 다루거나, 편견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표현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전달하는 영화,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고 대안적 의제를 제기하는 영화가 독립영화에 해당한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객이 봤을 때 위험한지는 심사 기준이 아니다.
독립영화 인정 여부는 전용 상영관 확보와 IPTV 등 부가 판권 시장 진출 여부와 직결된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영화를 접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관객이 ‘비판적 수용’을 못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관객에게 판단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특정 관점이나 해석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 안태근 전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은 1일 본지 통화에서 “감독의 시각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이 보지 못하게 막겠다는 생각은 전형적인 사상 검증이고 영화 검열”이라며 “아직도 이런 결정이 내려진다는 사실은 우리 영화계가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