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 감독이 2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신설한 경쟁 부문의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은 중국 장률 감독의 영화 ‘루오무의 황혼’에 돌아갔다. 장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때 왔었는데 20년 후에 다시 이 무대에 섰다”며 “BIFF 100주년이 되는 해에도 여기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상을 포함한 ‘부산 어워드’의 주인공은 2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호명됐다. 배우 수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아시아 영화 14편 중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이 가려졌다.

감독상은 영화 ‘소녀’로 감독에 데뷔한 배우 서기가 받았다. ‘소녀’를 통해 가정 폭력의 문제를 제기한 서기는 무대에 올라 “여러분 덕분에 영화 인생의 자양분을 가져가게 됐다”며 “모든 소녀들에게 용감하게 밖으로 나서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상 시상자로는 15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나섰다. 비노슈에게 배우상 트로피를 넘겨받은 배우는 영화 ‘지우러 가는 길’(감독 유재인)의 이지원이었다. 영화 ‘히트맨2’에서 권상우의 딸로 출연했던 이지원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세상 일은 모르니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고 하셨다”며 “제 답은 ‘아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올 거야’였는데, 앞으로는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감독 나가타 고토)에 출연한 배우 하야시 유타, 아야노 고, 기타무라 다쿠미도 배우상을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자기 길을 찾는 청년 세대의 고민을 담은 영화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이 받았다. ‘충충충’은 한 감독의 데뷔작이다. 연출과 연기 이외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예술공헌상은 영화 ‘광야시대’(감독 비간)에서 미술감독을 맡은 류창과 투난 2인에게 돌아갔다.

올해 ‘부산 어워드’ 경쟁 부문 심사는 심사위원장인 나홍진 감독을 포함해 코고나다 감독, 배우 한효주·양가휘 등 7인이 맡았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전 결산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들이 성실하고 치열한 격론을 벌여 결과에 도달했다”며 “첫발을 잘 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어워드’ 수상자에게는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됐다. 아피찻퐁 감독은 2002년 장편 데뷔작 ‘친애하는 당신’을 시작으로 수차례 부산을 찾으며 BIFF와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그가 만든 ‘부산 어워드’ 트로피는 해운대 바닷가를 오가는 밀물과 썰물이 빛을 머금고 응축된 듯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제30회 BIFF는 이날로 열흘의 일정을 마쳤다. 올해 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241편이었으며, 총 관객은 16만240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