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심장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안 낳아요. 그날 이후 삼 남매 엄마가 됐죠.”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15개월 된 막내를 안고 있던 남상아(35)씨가 이렇게 말했다. 남씨는 은설(7)·은우(4)에 이어 지난 2022년 9월 셋째 은채(2)를 낳았다. 계획에 없던 출산이었다. 주변에선 셋째 낳기를 말렸다. 시어머니도 “지금도 힘든데 3명을 어떻게 키울 거냐”며 반대했다. 하지만 은채가 태어나기 7개월 전 산부인과에서 아이 심장 소리를 들은 남씨는 출산을 결심했다. 남편 하위재(34)씨는 “처음 탯줄을 잘랐던 기억이 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외벌이로 삼 남매를 키운다. 자동차 부품 개발 일을 하는 하씨는 주5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7~8시에 퇴근한다. 한 달에 2~3번씩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 대구, 김해 등 지방으로 출장도 간다. 하씨는 “‘돈은 없다가도 있는 것이고, 있으면 있는 대로 쓰면 된다. 아이들은 우리가 있어서 행복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아내가 항상 고맙다”고 했다.
남씨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셋째에게 분유를 먹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오전 7~8시쯤 첫째와 둘째 옷을 갈아입히고 세수, 양치를 시켜서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한다. 애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엔 셋째를 본다. 두 아이가 오후 3시 30분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간식을 먹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오후 8~9시쯤 아이들을 재우는 게 남씨 하루 일과의 끝이다. 남씨는 “둘을 키울 땐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셋째를 낳으니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작년 3월 2주간 대상포진을 앓았다”면서 “지금은 첫째가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삼 남매를 데리고 집 근처에 나가면 어르신들이 “애가 셋이냐”고 물어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아 나라에 이바지했다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남씨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성당에서 첫째가 율동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언제 저렇게 컸을까’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다”고 했다. 남편 하씨도 “세 명이 함께 노는 걸 보면 참 예쁘다. 셋 낳기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육아가 힘들 때도 있지만, 즐거울 때도 많다. 남편 하씨는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국어·독해 문제집 푸는 걸 도와주는데 어려운 문장들을 잘 이해하고 점점 실력이 느는 게 보이면 뿌듯하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문제집에는 ‘피곤해도 끝까지 마무리한 은설이 최고!’라고 적혀 있었다. 최근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전시회에 갔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아빠, 오늘 즐거운 시간 보내게 돼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3시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애들이 좋아하니 기쁘더라”라고 했다.
부부는 둘보다 셋을 키우는 행복이 더 크다고 했다. 남씨는 “막내는 뜻밖의 선물이자 보물”이라며 “막내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 첫째와 둘째가 너무 예뻐해서 잘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첫째 은설이는 “막내를 처음 본 날 너무 좋아서 눈이 ‘하트’ 모양이 됐었다”면서 “좋아하는 과일 ‘딸기’로 태명도 지어줬다”고 했다. 둘째 은우는 막내가 태어난 지 100일 됐을 때 찍은 가족 사진을 가리키며 “웃을 때 제일 예쁘고 귀엽다”고 했다.
첫째는 평소 남씨를 도와 동생들을 챙긴다. 자동차에 타거나 내릴 때 동생들의 안전벨트를 채우고 풀어주거나, 막내 간식을 챙겨준다. 동생들이 다칠까 봐 뾰족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장난감은 옆으로 치우기도 한다. 어린이집에 가서는 친구들에게 동생을 자랑한다. 은설이는 “친구 중에 동생이 두 명인 사람은 나밖에 없다”면서 “막내를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엄청 귀여워한다”고 했다.
남씨는 “외벌이 가정이라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이 소중한데 지원금이 어릴 때만 나오는 게 아쉽다”면서 “아이들이 더 컸을 때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