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풀리면서 오랜만에 바깥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장소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눈이 많이 와 설국(雪國)으로 유명한 이곳을 겨울에는 가봤지만 여름에는 처음이었다.

보라색 라벤다숲으로 유명한 후라노(富良野), 화산으로 생성된 호수로 절경을 자랑하는 국립공원 아칸 호(阿寒湖)와 도청 소재지인 삿포로(札幌市)에서 며칠을 보냈다.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고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일일이 찾아 다녔다. 무거운 짐가방을 끌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여행의 묘미는 있었다.

홋카이도 동북부 화산지대에 위치한 국립공원 아칸호의 석양 모습. 뛰어난 풍광과 서늘한 날씨로 특히 여름에 인기가 많다. /유영서

7년만에 일본에 와 달라진 점은 어딜 가나 한국말을 하는 일본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을 여행했거나 한국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K-팝, K-드라마 덕분인가. 아무튼 한국 국격이 일본에서도 무척 높아진 것을 실감했다.

또 하나는 물가가 예전처럼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엔저 현상에다가 우리 서울 물가가 그동안 워낙 오른 탓인지 밥 먹고 돌아다니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교통비는 비싸도 음식・의류・생필품・숙박비는 오히려 한국보다 싼 곳도 많았다.

가장 달라진 점은 내 마음 컨디션이었다. 예전에는 휴가나 여행을 즐길 때도 이런 저런 일로 늘 마음이 복잡했는데 이번에는 여행 내내 편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다닐 수 있었다.

휴가 즐기면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사람들은 평생 걱정, 불안, 근심을 끼고 산다. 젊었을 때, 늙었을 때, 인생에서 잘 나갈 때, 그렇지 못할 때 언제나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골치 아픈 생각들은 다 ‘마음의 서랍’속에 넣어두었다. 스마트폰도 되도록 보지 않고 그저 마주치는 자연과 풍경, 사람들을 오감으로 느끼고 즐기며 ‘지금 여기(Here & Now)’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 내륙지방 비에이 인근에 있는 '청의 연못'. 화산 주변 온천수의 광물질이 유입돼 독특한 푸른색을 보이고 있다. / 유영서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여행 중 보통 들뜨는 마음을 ‘마음챙김’을 통해 평상심으로 만들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나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나 사고는 일어난다. 이틀째 되는 날 난 2만6천엔(한화 25만원)주고 산 1주일치 기차표를 분실한 것을 발견했다. 할 수 없이 그날 낮 일정을 다 취소하고 기차표를 다시 사기 위해 열차를 타고 큰 역으로 갔다 와야만 했다.

예전 같으면 화도 나고 자책도 했겠지만 어차피 터진 일, 마음을 평정하게 다스렸다. 도리어 이 작은 사건이 내게 주는 유리한 점은 무엇일까라고 적극적으로 생각했다. 결국 이후 여행 내내 보다 주의력을 발휘, 여정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여행중에도 마음챙김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마음이 평정(平靜)하면 여유로워져 여러 좋은 일이 생긴다. 사실 호텔 직원만 친절해선 안된다. 손님도 친절해야 한다. 호텔 직원에게 작은 칭찬 한마디 했더니 풍광 좋은 방을 배정받았다. 또 어느 쇼핑센타 종업원은 10% 할인받는 요령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이렇게 즐겁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 근력(筋力)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마치 아령으로 팔 근육을 키우면 무거운 물건도 쉽게 들 수 있듯, 마음 근육을 강화시키면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마음을 ‘지금 여기’에 붙들어 놓고 태평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 내가 마음근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여년전 잠깐 찾아온 우울증 덕분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약과 운동만으로 부족해 명상을 배웠다.

명상은 동서고금 가장 오래되고 효능이 인정된 마음집중법이며 이중 가장 좋은 방법이 호흡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의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스티브 잡스 말처럼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해지면서 마음근력이 조금씩 강화되기 시작한다.

호흡 말고도 여러 방법이 있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위빳사나, 바디스캔(body scan), 또 특정 문구를 반복해 암송하는 만트라(mantra), 관상(觀想・contemplation), 묵상(黙想・meditation) 등도 있다.

이것들 중에는 특정 종교에서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 요체는 우리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마음근육’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신경회로들이 형성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뇌과학적으로 말하자면 편도체를 안정화하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봉을 양손에 잡고 휘두르는 페르시안 밀은 단순반복운동을 통해 신체 근력, 균형감각은 물론 뇌의 집중력을 키우는 데 매우 좋다. /밸런스바디의 ‘무브먼트 페르시안밀’ 사진 캡처

움직이면서 마음근력을 키우는 것도 많다. 가수 이효리가 매일 하는 요가, 호주 연극배우가 창안한 알렉산더 테크닉(Alexander Technique), 태극권(타이치), 기공(氣功)을 비롯 페르시안밀 <사진>・메이스벨・케틀벨 등 고대부터 내려온 진자운동 등이 있다.

사실 어느 정도 마음근력이 생기면 명상을 하는 데 장소나 환경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걸어가면서, 대중교통을 타고가면서, 화장실에서, 심지어 회의 도중에도 잠깐 짬을 내 할 수 있다. 그때마다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은 무상(無常)하다. 모든 것이 변한다.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 희노애락의 감정이 왔다 간다. 이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근력이 강하면 즉각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1842~1910)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방황하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되돌려 놓는 능력이야말로

그 사람의 판단과 성격, 의지의 뿌리다.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

-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189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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