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BTS, 서울은 블랙핑크.’
지난 15~16일 이틀간 세계 음악 팬에게 한국은 거대한 ‘K팝 축제장’과 같았다. 부산과 서울, 한국 양단의 대도시에서 각각 세계 최정상 K팝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동시에 출격해 관객을 만났기 때문이다.
◇보랏빛으로 물든 부산
15일 방탄소년단(BTS)은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오후 6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총 5만석 규모의 ‘2030세계엑스포 유치 기원’ 공연을 열었다. 이 중 외국인 관객은 1만 명 가량이 찾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을 보러 몰려든 팬 아미들로 인해 부산은 거대한 ‘BTS 축제장’으로 변했다. 부산시는 부산시청, 광안대교, 부산타워 등 도심 랜드마크들을 BTS 상징색인 ‘보라색’ 조명으로 물들였고, 이른 아침부터 시내 곳곳 BTS를 테마로 한 기념품 상점과 전시회에도 긴 대기 줄이 섰다.
이날 부산에는 ‘당분간 눈으로 보는 마지막 BTS 완전체 공연일지 모른다’는 절박감을 갖고 온 해외 팬도 많았다. 2020년 병역법 개정으로 연기됐던 최연장자 멤버 진의 입대 기한이 12월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공연 직전인 13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선 BTS에 군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에 대한 여야 찬반 논쟁도 벌어졌다. 필리핀에서 온 아미 스테퍼니 탄(36)은 “해외 아미들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입대 전 꼭 봐야 한다는 생각에 6만5000페소(약 159만원)짜리 여행 상품을 끊어 필사적으로 왔다”고 말했다.
BTS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2만석 규모 입석 공간은 특히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팬들이 앞다퉈 줄을 섰다. 8시간 넘게 입장 대기한 팬도 있었고, 공연 주최 측 관리 소홀까지 겹치면서 입장 후 입석 관객들은 육안으로 봐도 빽빽한 콩나물 시루처럼 밀집해 공연을 봐야 했다. 결국 공연 중간 인파에 밀린 관객 일부가 들것에 실려나갔고, 이를 무대 위에서 본 멤버 뷔가 “다치는 사람이 보이니 안전에 유의해 달라” 외치기도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긴 대기로 인한 탈진, 인파에 밀려 호흡곤란 증세를 겪은 7명 관객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6월 그룹 활동 잠정 중단 선언 이후 처음 제대로 열린 BTS의 입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이날 ‘마이크 드롭(MIC Drop)’으로 공연 포문을 연 BTS는 특히 “손가락질 해/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네/ 나를 욕하는 너의 그 이유가 뭐든 간에”란 가사의 곡 ‘아이돌(IDOL)’을 “이번 공연 하이라이트”라며 열창해 눈길을 끌었다. “이젠 믿음이 필요한 시점(제이홉)” “요즘 나이 들기가 싫다(지민)” 등 ‘BTS의 미래’에 대한 발언이자 그룹이 목전에 둔 입대 문제를 암시할 만한 발언도 이어졌다. 멤버 지민은 특히 “아직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맛보기 아닌가. 더 가야죠. 30년! 40년!”을 외치거나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내며 “70살 방탄소년단입니다”라 해 큰 환호를 받았다.
슈가는 “부산콘서트,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 직전 안전사고 우려로 개최지 변경, 10만명에서 5만명으로 정원 감축 등을 겪은 데 대한 소감으로 들렸다.
멤버 중 가장 군 입대가 목전으로 다가온 진은 눈물을 꾹 참으며 “저희가 일단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콘서트를 언제 하게 될까. 또 다시 콘서트 할 수 있겠지란 생각에 지금 이 시간,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 싶다”고도 했다. 다만 자신의 군 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했고, “곧 제 새 싱글 앨범이 나온다. 찍을 것도 많다”며 개인 활동 예고만 강조했다.
이날 BTS의 공연은 소속사 하이브의 온라인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전세계 229개 지역으로 무료 생중계됐고, 4900만 회의 시청수를 기록했다.
◇핑크빛 빌보드 1위 파티장
“홈타운인 서울이 첫 공연이라니. 제대로 보여줘야겠죠?”
15~16일 서울에선 블랙핑크가 서울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이들의 상징인 분홍빛 하트 망치 모양 응원봉을 든 2만여 블링크(Blink·블랙핑크 팬덤)와 조우했다.
이날 2시간 30분간 이어진 공연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 등 지난달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달성한 기록을 자축하는 거대한 파티 같았다. 공연 시작부터 주최 측이 신곡 ‘셧다운’ 음원을 크게 틀자 객석에선 찢어질 듯한 함성을 쏟아냈다. 블랙핑크는 이 곡으로 지난달 한국 가수 최초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차트 1위를 달성했다. BTS, 싸이도 갖지 못한 기록이었다.
블랙핑크에게 이 공연이 또 다른 새 기록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 공연을 기점으로 북미와 유럽 각각 7개 도시를 비롯해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내년까지 150만명 규모 월드투어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 투어 공연이 성료되면 블랙핑크는 K팝 여성 그룹 최다 모객 공연 기록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