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씨 처음 봤을 땐 어깨까지 기른 머리가 일주일 안 감은 듯 떡 져 있었죠.(구창모)”
“그때 유행이었어요. 여기도 장발 했던 분 꽤 있을 걸요?(배철수)”
11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송골매 전국 투어 ‘열망’ 공연장. 배철수의 말에 9500여 명 관객이 “네~!”를 외쳤다. 무대 배경에는 1978년 TBC 해변가요제 현수막 재현 영상이 떠 있었다. 배철수는 항공대 밴드 ‘활주로’로, 구창모는 홍대 출신 밴드 ‘블랙테트라(열대어)’로 데뷔했던 대회. 두 밴드는 송골매 전신이 됐고, 배철수·구창모는 송골매 얼굴(프런트맨)로서 밴드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1984년 구창모는 팀을 탈퇴해 솔로 가수 활동 후 사업의 길을 걸었고, 1990년 송골매가 9집을 끝으로 활동을 멈췄을 땐 배철수가 라디오 DJ로 변신했다.
이날 두 사람은 38년 만에 함께 선 공연 포문을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열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스 연주 구간으로도 알려진 이 곡 추임새 “우!”를 구창모가 갖다 댄 마이크를 통해 배철수가 직접 외친 순간, 찢어질 듯한 객석 함성이 두 사람의 귀환을 반겼다. 이에 배철수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기타를 매니 꼭 20대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구창모도 “살 떨릴 정도로 흥분 중”이라며 오랜 만에 만난 무대를 감격스러워 했다.
장혁(드럼), 이성열·전달현(기타), 안기호·박만희·최태완(키보드), 이태윤(베이스) 등 송골매 4~8집 연주 참여 멤버들도 함께 무대에서 전성기 연주를 재현했다. 이에 맞춰 배철수·구창모가 이동식 무대에 올라타 자주 객석 중앙까지 진출했는데, 그때마다 천장 미러볼 조명이 돌았다. 특히 ‘내 마음의 꽃’,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를 신나는 록앤롤 편곡으로 연달아 연주했을 땐 그 이동식 무대를 둘러싼 객석 대부분이 기립해 트위스트 춤을 췄다. 순식간에 공연장이 80년대 ‘고고장’처럼 변했다.
69세, 68세인 배철수와 구창모의 나이에는 당초 “예전 같은 공연을 펼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적잖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날 구창모는 여전히 쩌렁쩌렁한 음압의 미성과 성량을 자랑하며 무대를 뛰어다녔다. 배철수는 오랜 라디오 DJ 경력답게 화려한 입담도 쏟아냈다. “구창모가 팀을 탈퇴했을 때 아들 이름을 ‘배신’으로 지으려 했다”며 농을 던졌고, 1983년 KBS ‘젊음의 행진’에서 겪었던 마이크 감전 사고 이야기를 직접 꺼내며 그때 부르려 했던 곡 ‘그대는 나는’을 다시 불러 객석 박수를 받았다.
송골매 ‘명곡’의 힘도 세월을 한참 비켜 갔다. 이들이 ‘세상만사’ ‘하늘나라 우리님’ ‘모여라’ 등 그때 그 시절 젊음이 담긴 곡들을 쏟아낼 때마다 객석에선 떼창이 쏟아졌다. 그렇게 2시간 30분 동안 총 27곡을 쏟아내고서야 두 사람은 “더 할 노래가 없다”며 긴 공연을 마쳤지만 객석 이탈은 거의 전무했다. 대부분 관객이 끝까지 남아 두 사람이 퇴장하는 순간까지 손을 흔들었고, 배철수와 구창모는 그 모습에 눈가를 훔쳤다. 그야말로 화려한 송골매의 비상이었다.
두 사람은 오는 24일~25일 부산 벡스코, 10월 1일~2일 대구 엑스코, 10월 2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11월 1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송골매의 날갯짓을 이어간다. 예매는 예스24 티켓·인터파크 티켓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