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가 방탄소년단(BTS)의 군 특례 문제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BTS의 군 특례 문제에 대해 이미 대국민 여론조사 검토를 지시했고, 신속히 결론을 내려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이에 “공평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과 함께 과거 톱스타로서 군 특례 제안을 받고도 자진입대 했던 엘비스 이름이 함께 소환된 것이다. 관련 논란이 거세지자 1일 국방부는 “BTS 병역문제와 관련해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답변을 정정했다. 반면 BTS와 소속사 하이브 측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자진 입대한 당대 최고의 스타
엘비스가 미국 국방부 징집대상에 올랐던 건 1957년. 데뷔앨범 ‘엘비스 프레슬리(1956년)’, 2집 ‘엘비스(1956년)’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동시에 베트남 전쟁으로 미군이 징병제를 운영하며 병력 수를 늘려가던 때였고, 만 22세였던 엘비스에게도 징병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엘비스를 여타 징병대상자들과는 다른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반신을 흥겹게 흔드는 트레이드 마크 춤을 대 히트시키고, 흑인 전유물로 취급되던 로큰롤을 훌륭하게 자기 것으로 만든 이 백인 청년은 당대 미국 사회는 물론 세계 음악계의 신드롬 그 자체였다. 엘비스가 입대한 부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기가 오를 것이었고, 전장에서 엘비스 손에 총보단 마이크를 쥐어주는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육·해·공군 간 엘비스를 데려가려는 쟁탈전이 벌어졌고, 엘비스 중대 창설, 개인 숙소 제공 등 전례없는 파격조건들이 엘비스 앞에 들이 밀어졌다.
그러나 엘비스는 이 모든 조건을 뿌리치고 이듬해인 1958년 3월 미 육군에 자진 입대했다. 여느 또래 미국 청년들과 함께 군사 기초 훈련을 마쳤고, 서독 제1미 기갑사단에 배치돼 전선에서 소총수로 18개월을 복무했다. 그가 입대 당시 했던 말은 최근 BTS를 향한 군 특례 혜택 논의를 둘러싼 온라인 찬반 논쟁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나는 이제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합니다. 병역의 의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특별한 대우도 바라지 않습니다.”
◇엘비스도 갔는데 왜 못 가?
일각에선 엘비스의 제대 후 행보 또한 주목받고 있다. 제대 직후 엘비스는 ‘애국 청년’이란 이미지까지 얻으며 전처럼 계속 큰 인기를 이어 나갔다. 현재 BTS에게 군 특례를 주자는 이들 대부분이 “군대로 인해 세계적 인기를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주장 하는데, 엘비스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엘비스의 행보와 비교되는 과거 BTS 멤버들의 발언도 함께 소환되고 있다. 특히 BTS 멤버 슈가는 2020년 낸 믹스테이프 ‘D-2′ 수록곡이자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 ‘어떻게 생각해’에서 다음처럼 노래한 가사가 회자되고 있다. “돈 자랑하는 애새X들 벌어봤자 얼마나 벌었겠냐 싶어/우, 우 그래 이제 돈 자랑들은 뭐 귀엽지/우, 우 분배는 니 급 쯤에서나 아깝지/우, 우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 먹으면서 숟가락 얹으려고 한 새X들 싸그리 다 닥치길.”
한편, 온라인에선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 중심으로 엘비스 프레슬리 발언 외 각종 ‘BTS 군 특례 반대 패러디’ 게시물과 풍자 또한 공유되고 있다. 오는 10월 15일 BTS가 열기로 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BTS 옛 투 컴인 부산)’를 ‘BTS 군대 면제 기원 콘서트’로 비꼬아 부르는 식. “마약 중독, 성장호르몬 부족으로 키가 지나치게 작아도, 암에 걸려도, 손가락이나 혀가 잘려도, 안면마비가 와도 군 면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BTS는 왜 못 가냐”며 우리 군의 징집 대상 기준표를 공유하는 이들도 있다.
남성 회원이 다수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모두를 만족시키는 BTS병역법”이란 내용의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BTS 멤버들이 참여하는 방송을 만들어 전 세계에 송출하고, 대국민투표로 3위 안에 꼽힌 3명에게만 군 면제 혜택을 주자는 것. 특히 “문자투표 건당 만 원에 중복 투표를 가능케 하자. 모인 돈은 군장병 처우 개선, 참전용사 지원 등 군 관련 복지에 투자하면 실리와 명분까지 챙길 수 있지 않겠냐”는 주장도 담겨 있었다. “아이디어 좋다” “프로듀스 101 식이냐” “살 떨리는 방송이겠다”는 반응들이 뒤따랐다.
BTS 팬 아미(Army)들 사이에선 국방부를 향해 “왜 BTS를 욕먹게 하느냐”는 비판글도 이어졌다. 한 20대 아미는 소셜미디어 글로 “가만히 있으면 군대 간다 했을텐데, 왜 여론조사를 하냐. 정말 멤버들이 원해서 하는 게 맞냐”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아미는 “특례가 되면 더 문제다. 18개월 다녀오는게 낫지 34개월 동안 군인 신분으로 끌려다니라는 거냐”고 했다. 앞서 정치권에선 ‘BTS의 완전 군 면제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시키고 해외 공연 등을 가능케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예술·체육 특기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지휘·감독 아래 병무청장이 정한 해당 분야에서 34개월 동안 복무하게 된다. 31일 국방부의 대국민여론조사 발표 직후 트위터에선 아미들을 중심으로 ‘#병역특례여론조사반대’ ‘#대체복무반대’란 해시태그(#)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