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건설이 융합되어 건설의 한류, K건설의 시대가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 개막식. ‘K건설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한 주인공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연사는 보아, H.O.T.,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스파 등 수많은 한류 그룹을 만들어 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이 프로듀서는 이날 한류와 결합한 K건설의 청사진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람들이 탑승 후 안에서 극장과 카페, 노래방, 쇼핑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초대형) 자율주행 드론’, 엔터테인먼트 공연장 등이 있는 도시 문화 중심지에 드론이 이착륙할 수 있는 ‘버티포트(Vertiport)’, 전 세계 한류 팬이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교류하는 ‘버추얼 시티’ 등이었다.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가 2013년부터 매년 연 이 콘퍼런스는 국내 “최대 규모 건설 수주 세일즈 외교 행사”로 불린다. 국내외 건설사 임원들과 주요 발주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런 건설 행사에 왜 이수만일까. 계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도시 건설 사업 ‘키디야(Qiddiya) 프로젝트’에서 유일한 아시아 출신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남서쪽 사막 지대에 건설 중인 초대형(334㎢) 엔터테인먼트 도시의 문화 행사를 조언하는 역할이었다. 아시아 가수 최초로 SM 소속 보이그룹 슈퍼주니어가 사우디 단독 공연을 펼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였다.
키디야는 사우디 정부가 2017년부터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어 온 ‘비전 2030′의 핵심 중추이기도 하다. 인구 70% 이상이 30세 미만인 자국 특성에 맞춰 경제 또한 문화와 융합해 젊고 강하게 만들겠다는 사업이다. 이 일환으로 ‘키디야’에만 80억달러(약 9조3500억원), 2만600㎢ 길이로 홍해 해변에 건설 예정인 또 다른 첨단 문화 복합 도시 ‘네옴(NEOM)시티’에 5000억달러(약 650조원)가 쓰인다. 당연 건설 업계 촉각도 쏠렸고, 삼성물산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추석 연휴 기간조차 직접 사우디 출장길에 오르며 키디야 사업 수주에 공을 들였다. 네옴시티 역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경쟁적으로 관련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관련 사업들의 키를 쥐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올 초부터 지속해서 SM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지난 3월 이수만 프로듀서를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초청했고, 6월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문화부 장관 등 사우디 정부 주요 인사들이 서울 성수동 SM 사옥을 직접 찾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30일 GICC에서 “당시 (사우디 정부에) 세계적인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돔 시티, 메타버스와 공존하는 생활 문화 생태계 구축 등의 아이디어를 드렸고, 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설 업계에서 SM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SM은 사우디 정부와 함께 내년 중 사우디 현지 SM타운 콘서트와 EDM페스티벌 개최, 사우디팝 육성을 위한 글로벌 오디션 개최를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