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역당국이 ‘싸이 흠뻑쇼’와 같은 물 뿌리는 대형 음악공연의 확진 사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면서 공연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모든 음악 공연에 대한 방역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 같은 날 복지부와 함께 공연계 방역 지침 강화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사업자들에게 ‘방역관리 철저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싸이의 콘서트 '싸이흠뻑쇼 2022'에서 관객들이 물줄기를 맞으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물을 뿌리는 형태의 대규모 공연 이후 확진됐다는 제보와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당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세부사항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어떤 행위가 위험요인이 될 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다수 대중이 모이는 군중행사나 대규모 콘서트 같은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표는 이달 중순부터 온라인 상에서 ‘싸이 흠뻑쇼를 다녀온 뒤 확진됐다’는 후기글이 여럿 이어진 결과다. 가수 싸이는 지난 9일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등에서 관객에게 물을 뿌리는 형태의 콘서트 ‘흠뻑쇼’ 투어를 개최했다. 하지만 “흠뻑쇼 다녀온 직후 감염됐다” 등 후기가 이어지면서 ‘집단감염’ 원인이 된게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 6월 흠뻑쇼 뿐 아니라 워터밤 뮤직 페스티벌,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 등 물 뿌리는 여름 음악 축제 공연 예고가 이어지자 이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었다. 지난 4월부터 거리두기 완화, 실외 마스크 해제 등이 이어지면서 공연 개최 자체가 직접적인 방역 수칙 위반은 아니었지만 “마스크가 젖는 경우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싸이 기획사 피네이션 측은 공연 시작 전 공연장 전체 소독, 모든 관객에게 방수 마스크 1장과 KF94 마스크 3장 제공, 공연 중 관객 마스크 교체 등을 안내하는 등 자체 방역 수칙을 강화하기도 했다.

공연계에서는 “전체 공연장 방역 규제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방역본부의 발표 직후 수 시간만에 문체부 또한 공연사업자들에게 ‘방역관리 철저 요청’ 공문을 돌렸기 때문이다. 공문에는 ‘50인 이상 실외 공연장에서도 마스크 착용 준수’ 등 기존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이날 공연사업자들이 모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도 오전 관련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연계의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방역당국이 지난해 11월까지 ‘위드 코로나’ 정책 하에 영화관, 야구장은 입장 인원 제한, 취식 제한을 꾸준히 완화해나갔지만 유독 공연계 입장 인원과 취식 제한 규제는 올해 4월에서야 풀어줄 만큼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 임 단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마스크가 젖게 되는 경우엔 감염에 더 취약해진다"며 "가급적 물 뿌리는 형태로는 축제가 진행되지 않도록 각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뉴스1

한 공연사업자는 “관련 확진자가 단 한 명만 나와도 또 다시 공연장 한정으로 방역 규제가 강화되고 공연 취소가 줄줄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이제 겨우 코로나로 인한 적자를 만회 중이었는데 암담하다. 다들 자체 방역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다른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사실 전체 공연 중 물 뿌리는 공연은 몇 안 된다. 모든 공연 규제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젊은 사람들이 밀집해 춤추다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클럽처럼 ‘공연’ 하면 헤프게 놀다 코로나 확산시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흠뻑쇼 확진 후기를 두고 ‘방역대책 미흡’과 ‘선택적 방역’이란 의견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흠뻑쇼 논란 키운 마스크, 정말 위험할까’란 글이 올라오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데 놀겠다고 저렇게 밀집해 있는게 정상이냐”, “해수욕장, 워터파크 사우나 인파는 제재 안 할꺼면 사실 불공평해 보이긴 한다” 등의 엇갈린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싸이 ‘흠뻑쇼’는 내달 20일까지 강릉, 여수, 대구, 부산 등에서 계속 공연을 이어간다. 주최측에서는 아직까지 별도 공연 취소 계획은 논의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