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다는 건 말은 쉽지만 참 어렵습니다. 전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겠습니다.(배철수)”
“기대해주신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노력으로 그 옛날 추억을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구창모)”
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두 사람은 유독 ‘노력’이란 말을 반복했다. 이들은 오는 9월 11일·12일 ‘송골매’ 이름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콘서트를 연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구창모가 1984년 4집 활동 직전 송골매를 떠난 지 38년 만. 공연 총괄음악감독은 송골매 7집부터 9집까지 베이스를 담당했던 이태윤이 맡았다. 이들 외에 다른 송골매 원년 멤버는 공연에 참여하지 않지만, “송골매 노래들을 원곡 느낌 그대로 살린 편곡으로 들려드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3월에는 미국 LA, 뉴욕, 애틀랜타 세 곳에서도 공연을 연다.
1979년 배철수가 한국항공대 록밴드 동아리 ‘활주로(런웨이)’를 전신 삼아 결성한 송골매는 한국 대학 록사운드의 전설이었다. 특히 구창모가 합류해 작사·작곡한 2집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크게 히트했고, 이후 9집을 기점으로 활동을 멈출 때까지 ‘한국은 록 불모지’란 통념을 처음 깬 인기 록밴드로 사랑받았다. 배철수는 “당시 젊음의 행진, 영일레븐 등 방송들이 송골매가 안 나오면 유지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매주 무대에 섰고, 한번은 감전사고까지 났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의 인기가 오히려 이번 공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한 원인이 됐다. 배철수는 “설렘도 있지만 예전 송골매를 정말 좋아하셨던 분들이 혹시라도 우릴 보고 실망하면 어떡할까 걱정이었다”고 했다. 구창모는 “최근 한 첫 연습 자체도 하기 전 굉정히 걱정했다. 심장이 둥둥 뛸 정도였다”며 “공연을 위해 열심히 25층짜리 아파트 집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배철수는 “롤링스톤즈 보컬 믹 재거도 공연 때마다 호텔 두 개층을 비워두고 복도에서 운동을 한다. 그가 여전히 전국투어 하며 노래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을 더하면서도, “전 숨쉬기 운동만 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번 공연이 “본래 2020년 12월에 하려다 팬데믹 때문에 미뤄진 것”이라고도 했다. 구창모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외에서 20년 넘게 생활했다. 2005년쯤부터 배철수씨가 송골매 공연과 팀 결성 꼭 다시 하자고 말했고, 저도 오래 기대해왔다”고 했다.
다만 배철수는 “사실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쉽게는 못 했었다”고 했다. “1990년 송골매 9집을 끝으로 라디오 DJ로만 33년째 일했어요. 처음엔 음악계 은퇴했단 생각은 없었는데 5년 정도 방송 진행하니 아, 나는 음악 재능이 부족하구나. 음악을 직접 하는 것보다 소개하는게 잘 맞는구나 했죠.” 그럼에도 공연을 하자고 제안하게 된 건 “구창모씨가 노래를 안 하는게 참 아깝다 생각했다. 다시 노래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SM 소속 아이돌그룹 엑소(EXO) 멤버 ‘수호’와 밴드 ‘잔나비’가 같은 날 발매한 ‘송골매 헌정 리메이크 음원’ 무대도 선보였다.
먼저 무대를 선보인 수호의 선곡은 송골매 2집에 수록됐던 ‘모두 다 사랑하리’. 잔잔한 록발라드 연주에 막힘 없이 쭉 뻗는 구창모의 단단한 미성 보컬이 어우러져 발매 당시 가요 톱텐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은 인기곡이다. 이날 수호도 자신의 미성을 최대한 활용한 보컬을 선보였다. 그가 틀고 노래한 반주 편곡은 SM 소속 아이돌 그룹 곡을 전담하는 작곡가 켄지(KENZIE)가 맡아 원곡보다 좀 더 빠른 박자에 신스 사운드를 가미한 K팝 발라드풍으로 변신시켰다. 구창모는 “원곡보다 더 몽환적이게 됐다”고 평했다. 노래 후 수호는 “어머니가 송골매 팬이셔서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하며 리메이크에 참여했다”며 배철수와 구창모에게 “부모님께 드리고 집에도 걸어놔야 한다”며 함께 단체 사진 찍기를 요청해 웃음을 자아냈다.
밴드 잔나비는 송골매 1집 타이틀곡 ‘세상만사’를 택해 직접 연주하며 무대를 선보였다. 원곡 느낌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연주를 풍부하게 더하는 쪽을 택했다. 세상만사를 유명해지게 만든 특유의 기타 리프(반복 연주구간)를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곡 막바지에는 마치 피리를 부는 듯 휘몰아치는 건반 연주, 이펙터로 다채롭게 변화시킨 기타소리를 더해 속도감을 살렸다.
잔나비 보컬 최정훈은 “세상만사 가사도, 기타 리프도 마치 힘들거나 일이 잘 안 될 때 외우는 주문 같이 느껴졌다”며 “특히 원곡 리프가 메이저와 마이너 화음을 넘나드는게 재밌었는데, 거기에 밝은 메이저 화음을 좀 더 추가해 쌓았다”고 했다. 배철수는 “사실 이제 와서 보면 젊은 놈이 부를 가사였나 싶은 노래다. 세상만사 그런대로, 한세상 이럭저럭. 나이 드신 분이 욕하지 않으셨을까”라며 웃었다.
이날 배철수와 구창모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청바지’를 꼽았다. 이들이 활동하던 80년대는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정부가 단속하던 때. 그럼에도 장발에 청바지, 면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오르던 송골매의 모습은 당대 젊은 층 사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구창모는 “사실 우리 지갑 사정 상 무대 의상으로 사 입을 수 있는게 그때 청바지 밖에 없었다. 어떤 방송국에선 음악프로그램 무시한다고 혼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배철수는 “당시 기성 가요 선배들에게 방송은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 입고 하는 거였다. 우리가 무대 위 청바지 입고 올라간 거의 최초의 밴드였을 것”이라고 했다.
배철수가 말했다. “우린 사실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줘야 하겠다며 음악 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때 우리 사회는 굉장히 경직됐던 것 같아요. 그 시절 학교에서, 가정에서 힘들었던 젊은 친구들이 우리 음악으로 대리 만족, 약간의 일탈을 시도한 게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