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곳이 음악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임재범이 7년 만에 발표한 곡 ‘위로’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1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음악은커녕 TV조차 틀지 않고 지냈다”고 말했다. 곡을 처음 작업하던 작년 초, 그는 몸무게가 15kg은 족히 빠져 해골처럼 변한 얼굴에 무릎까지 머리카락을 기르고 운동복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포효하는 호랑이’로 불렸던, 폭발적으로 내지르는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날도 그의 얼굴은 수척했고, 현장에서 튼 신곡 속 목소리는 감미로웠지만 전보다 고음을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임재범은 “거의 7년 가까이 말 안 하고 살다 보니 목소리 톤이 얇아졌다. 회복 중”이라고 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꼭 드라마 속 같다. 내가 앉아 있어도 되나 싶다”고도 했다.
원래 임재범은 ‘약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1986년 서울고 동창인 신대철의 밴드 시나위 1집 수록곡 ‘크게 라디오를 켜고’로 데뷔한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한국 대중가요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고해’ ‘너를 위해’ ‘비상’ 등으로 사랑받았고, 특히 2011년 음악 경연 프로 ‘나는 가수다’ 출연은 그에게 전 국민적 인기를 안겨줬다. 거칠면서도 감미로운 음색, 유려하면서도 탄탄한 고음이 빛났다. 그런 그의 목소리를 작곡가들은 탐을 냈고, 팬들은 추앙했다.
그 목소리는 2015년 30주년 기념 앨범 활동 이후 돌연 사라졌다. 2017년 사랑하는 아내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2020년 1세대 아나운서였던 아버지 임택근마저 별세했다. 임재범은 “어릴 때부터 마음의 상처도 많았고, 왜 나한테 이런 영화 같은 일들이 많이 발생하나 했다”고 했다. “힘든 무게를 견디질 못해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의 임재범은 ‘기행인’ ‘불량아’로 불렸다. 방송 스케줄을 펑크 내고 잠적하거나, 폭행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저에 대해 오도된 부분이 있어 많이 속상했다. 가족들이 그걸로 상처받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다시 돌아온 것은 팬들 때문이다. “우연히 팬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봤어요. 은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보니 (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신다는 걸 알게 됐죠.”
그는 이날 공개한 ‘위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10곡을 더 발표하고, 이를 모아 하반기 중 7집 정규 앨범 ‘세븐 콤마(SEVEN,)’를 발매할 계획이다. 아직 목소리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아 작업이 늦어짐에 따라 선택한 방식. “팬들과 만날 공연과 방송 출연도 힘을 내보려고 한다”고 했다.
임재범은 곡 ‘위로’가 “힘든 코로나 시기, 저처럼 가족과 관련한 힘든 상처를 견딘 분들을 위로하기 위한 곡”이라면서도 “사실은 제가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했다. 특히 가사 중 ‘미쳐도 밤에 뛰어나간다’는 내용이 공감됐다고 했다. “통화하거나 만나는 친구 하나 없고, 새벽에 뛰쳐나가고 싶던 제 마음을 마치 들여다본 것 같았다”고 했다. 임재범이 말했다. “저에게 음악이란 주어진 숙명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피하려고 해도, 하고 싶지 않아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