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3년 만의 10집 정규 앨범‘소리(SORI)’를 소개 중인 가수 이수영. /연합뉴스

“반갑습니다. 이수영입니다.”

이 한마디가 왜 그리 북받쳤을까.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만난 가수 이수영(43)은 첫 인사부터 눈물이 터져 말을 잇지 못했다. 13년 만에 낸 10집 정규 앨범 소개 자리였다.

1999년 ‘아이 빌리브(I believe)’로 데뷔한 이수영은 ‘발라드의 여제’였다. 2003년 이효리의 ‘텐 미닛’을 꺾고 ‘덩그러니’로 MBC 연말 시상식 대상을 타며 대성통곡하더니 그다음 해 ‘휠릴리’로 골든디스크 대상도 거머쥐었다. 그리고 사랑해, 라라라, 그레이스, 스치듯 안녕, 단발머리 등. 히트곡은 하도 많아 일일이 세기도 어렵다. 앨범 낼 때마다 선주문만 10만~20만장이 훌쩍 넘는 그의 컴백 소식은 ‘음반 관련주(株)’ 단골 호재였다.

그랬던 그가 돌연 2009년 9집 ‘더 대즐’을 끝으로 앨범 작업을 멈췄다. 대신 2010년 결혼 후 한 아이의 엄마가 됐고, 그간 예능과 라디오, 리메이크 앨범, OST 등으로만 얼굴을 비쳤다. 올해 데뷔 23주년이지만 그 절반이 신보 없는 공백기였다.

이수영은 “저도 13년을 쉴 줄은 몰랐다”며 “새 앨범 제목 ‘소리(SORY)’에 철자 알(R)을 작게 더한 앨범 표지를 직접 디자인했다”고 했다. 오래 기다린 팬들에 대한 미안함(SORRY)이란 뜻이다.

“단 한 해도 음반 내려고 노력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더는 빚을 내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스물한 살 어린 나이로 데뷔했던 이수영은 서른 살 때 크게 사기를 당해 20대에 모은 돈을 전부 잃었다. “이젠 누구한테 ‘저 앨범 만들게 돈 주세요’ 해도 줄 것 같지 않았고요.”

대신 이번 앨범을 내려고 “직접 5년간 모은 적금 통장 세 개”를 깼다. 조력자도 모였다. 그렇게 정성스레 만든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가수 안예은이 쓴 ‘천왕성’. 동양풍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다. 특히 어떤 곡이든 ‘이수영표 발라드’로 만드는 특유의 구슬픈 비음과 절묘한 꺾기 창법이 13년 공백을 뚫고 고스란히 담겼다.

“밝게 불러도 내가 부르면 다 슬퍼진다”며 웃은 이수영은 이번 앨범 첫 녹음으로 오랜만에 간 녹음실에서 “피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 순환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노래가 제겐 행복이고, 절 숨 쉬게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