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9월 9일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만난 김지하 시인./이명원 기자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五賊) 등으로 잘 알려진 김지하(81) 시인이 8일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해오다 이날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전남 목포 출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63년 ‘목포문학’에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낸 후,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의 시를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 고대 아시아와 아메리카 문명이 만나 7000개의 신화를 빚은 캄차카 반도를 찾아 문명의 시원을 탐구한 김지하 시인.

고인은 유신시대 대표적인 저항 시인으로 활동하며 수난의 세월을 겪었다. 1970년 정부를 비판하는 저항시 ‘오적’을 발표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고, 1974년엔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국제적인 구명운동으로 10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민청학련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써 유신이 끝날 때까지 6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고인의 대표적 저서로는 `타는 목마름으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說)’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고인은 각종 문학상도 휩쓸었다. 1975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을 받았고, 1981년에는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수상했다. 2002년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제10회 대산문학상, 제17회 만해문학상, 2003년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등을 받았다.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 2006년 제주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 원광대학교에서 석좌교수,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고인은 2012년 대선에서 유신시대 자신과 대립했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해 ‘변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고인은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고(故) 김영주 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결혼했다. 김 이사장은 2019년 별세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작가)씨와 차남 세희(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화관 관장)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