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소설가 박상영이 부커상 1차 후보에 올랐던 자신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들고 웃고 있다. /이태경 기자

“부커 라이브러리(부커상 후보작 소개 페이지)에 제 작품이 계속 남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27일 나눈 본지 통화에서 소설가 박상영(34)이 말했다. 그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은 정보라의 ‘저주토끼(아작)’와 함께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롱리스트(1차 후보)에 올랐었다. 지난 7일 발표된 숏리스트(최종심)에는 결국 정 작가만 올랐지만 박 작가는 “1차 후보 지명도 큰 영광”이라고 했다.

결코 겸손이나 자기 위로가 아니라고 했다. 소설가 한강이 2016년 받았던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 인터내셔널은 비(非)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본을 대상으로 한 부문이다. 올해 롱리스트에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야곱의 책)도 있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특히 ‘아시안 퀴어(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표제작을 비롯해 중편 4편을 엮었고, 모두 남성 동성애자 주인공 ‘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이 소설 영어본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는 “밀레니얼 성소수자들의 불안감을 기록한 소설 중 가장 빛나는 최신 결과물”이란 평을 내놨다.

해외 평단에선 특히 밀레니얼 세대 주인공 ‘영’이 먹고, 마시고, 말하는 방식이 크게 주목받았다. 중편 ’재희’에서 영은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여성 이성애자 룸메이트 재희와 아픈 연애사를 유쾌하게 나눈다. 마치 ‘걸스토크’ 같다. 애초에 왜 여성 간의 대화에만 그런 이름이 붙었나 생각하는 순간,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벽이 잠시 허물어진다.

동시에 중편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선 금세 그 벽의 견고함이 회복된다. 영의 애인의 대학선배들은 운동권 출신이자 이성애자로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영에게 “강남 살아 박근혜 좋아하나보다”며 묻고, “동성애는 미제식 악습”이라며 크게 웃는다.

올해로 등단 7년 차인 작가는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끈질기게 받아왔다. 그때마다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다”며 선을 긋는 게 지겨웠지만 “이젠 그런 질문 역시도 작품을 읽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믿는다. 소수자 이야기는 계속 써나갈 것”이라고 했다.

7월에는 새 소설도 낸다. 팬데믹, 부동산 가격 폭등, 직장 내 갑질 등 3040세대가 겪었을 일들을 또래의 공감 어린 시선으로 썼다. 작가는 “수상의 기쁨은 늘 짧고, 쓰는 시간을 버티는 엉덩이의 아픔은 더 길다”며 “성과보단 ‘소설 쓰는 일상’을 귀중히 여기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에 받은 부커상 심사평은 나중 내는 소설책마다 띠지에 꼭 새길 것”이라며 웃었다. 부커상은 “서울의 반짝이는 밤과 숙취에 시달리는 우울한 아침을 동시에 그린 활기차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라고 그의 소설을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