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속에서 크는 아기의 뇌는 출생 후에 가동될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태어난 아기가 별다른 도움 없이도 제때 목을 가누고 배밀이를 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걷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일부터 한 달간은 목 가누기
아기의 큰 근육을 사용한 운동 기능은 머리와 목부터 가눈 뒤 가슴과 허리를 다루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골반과 다리까지 뜻대로 조절하면 비로소 걸을 수 있다.
첫째 과제는 목 가누기다. 생후 3개월 16일부터 4개월 15일 사이 한 달 정도 사이에 목 가누기가 이뤄지면 된다. 3개월 10일쯤에 해당하는 백일 사진 찍을 때 목을 못 가누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와주면 된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 아기가 깨 있을 때 엎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코가 막혀서 큰일 난다고 여기기 쉽지만 갓 태어난 아기라도 엎어 놓으면 숨쉬기 답답해서 스스로 고개를 옆으로 돌릴 수 있다.
단, 아기는 탄탄한 바닥에 엎어 놓는 게 좋다. 솜이불은 안 된다. 또 깨 있는 시간에만 엎어 놓고, 잠잘 때는 등을 대고 눕혀야 영아 질식사를 예방할 수 있다. 생후 1개월 15일쯤이라면 거의 바닥에 붙어서 웅크리고 있다. 서서히 몸을 펴고 팔을 앞쪽으로 뻗는 연습을 하는 시기다. 2개월 15일쯤엔 엎드려 몸을 쭉 뻗긴 하지만 고개는 잘 들지 못한다.
엎드린 아기의 머리 앞에 소리 나는 장난감을 놓아두면 좋다. 아기는 호기심에 자꾸 고개를 들어보려고 할 것이다. 아빠가 엎드린 자세로 아기 눈을 마주치고 응원해도 좋다. 엎드려서 고개 들기에 성공하면, 등을 대고 누운 자세에서도 목을 가눌 수 있게 된다.
고개가 떨어지는 아기를 세워서 안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아기가 목 힘 기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아기를 안으면서 동시에 목을 잘 받쳐주면 된다. 잠시 고개가 옆이나 앞으로 떨어져도 괜찮다. 아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세우려 할 것이다.
2개월 정도 되면 아기의 목을 잘 받친 상태로 안고 살살 춤을 춰보자. 아기의 전정기관(몸의 위치와 운동을 감지해 뇌에 전달하는 기관)에 자극이 가면서 몸을 세우려는 동기가 커질 수 있다. 부모가 아기를 안은 채 대형 짐볼에 앉아서 몸을 위아래로 움직여도 아기 전정기관에 자극이 간다. 아기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균형감각도 발달시키는 방법이다.
◇네발 기기를 위한 네발 서기
배밀이에 이어 네발 기기는 아기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주변을 탐구하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시기다. 아기의 자존감도 올라간다. 배밀이만 하고 네발 기기는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몸을 밀어서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운동 원리는 똑같다.
어떤 아기는 뭔가 붙잡고 일어설 때까지 계속 배밀이만 하기도 한다. 배밀이 이후 한동안 앉아서 놀다가 걷기 과정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누구는 배밀이에 이어 네발 기기를 곧잘 하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네발 기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4~5개월쯤 목을 가눈 상태에서 아기의 팔과 손바닥에 힘을 잡아주는 게 목표다. 이를 도와주는 중간 운동이 엄마와 함께하는 ‘네발 서기’다. 수~수십 초 정도 자기 팔과 다리로 체중을 버티면서 근육을 키워나가는 운동이다.
엄마가 먼저 바닥에 앉아서 다리를 스트레칭하듯 곧게 뻗는다. 아기를 엎어서 엄마 정강이에 얹어두듯 한다. 마치 아기가 물속에서 기어가는 자세가 된다. 아기를 앞뒤로 움직이며 네발 서기의 감각을 익힌다. 이때 엄마 손이 아기 엉덩이를 잡고 살짝 누르듯 위치를 고정시켜준 채 아기를 앞뒤로 움직여 준다. 아기가 엉덩이를 쳐들면 팔로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상체가 무너지면서 운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니 짐볼을 아기의 배 밑에 끼워서 네발 서기를 도울 수도 있다. 짐볼 크기는 아기가 배를 받쳤을 때 등과 엉덩이가 일직선이 될 정도면 좋다. 아기 엄마가 아기 다리를 잡고 상체를 앞으로 살짝 밀듯 하면 아기는 두 팔에 힘을 줘 체중을 버티려 하면서 근육 운동이 된다.
아기를 지나치게 오랜 시간 눕혀 놓으면 등밀이에 익숙해지며 이는 배밀이에 방해가 된다. 등을 대고 있는 시간이 긴 아기는 운동 발달이 늦어진다. 보행기를 너무 오래 태워도 문제 될 수 있다. 아기가 다른 근육을 쓰기 때문에 네발 기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생후 10개월 이후에도 배밀이를 못하면 소아재활 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