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돌 전부터 아이를 혼자 재우라고 하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를 언제부터 혼자 재워야 한다는 원칙은 없어요. 꽤 자란 아이가 부모와 자려고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가정교육이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아이가 아직 준비가 덜 돼 부모를 필요로 할 때, 부모가 옆에서 함께 자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부모가 보기에 아이가 혼자 잘 수 있을 것 같을 때 혼자 재우기를 시도하면 돼요. 단번에 혼자 자게 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방에 있는 잠자리에 눕힌 다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잠든 뒤 슬그머니 나오면 됩니다. 이때 헝겊으로 된 인형이나 부드러운 이불 같은 것들을 아이 옆에 놔주면 좋아요. 포근한 것을 끌어안고 자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기 때문이에요.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자다가 깨서 부모 방으로 오는 일이 많을 거예요. 울면서 부모를 찾거나 부를 수도 있어요. 이럴 때는 아이의 방으로 가서 처음에 했던 방법대로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재워주세요.

이때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쉽게 잠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혹은 베개를 들고 부모방에서 자겠다고 할 수도 있어요. 아이를 부모 방에서 재우는 것보다 아이 방에서 부모가 자는 것이 좋아요.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역시 내 방은 무서운 곳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마다 성격도, 기질적 특성도 달라요. 더 어린 옆집 아이가 혼자 자기에 성공했다고 해도 내 아이는 아닐 수 있어요. 혼자 자다가 자주 깨서 부모를 찾는다면, ‘우리 아이는 혼자 잘 준비가 안 됐구나. 아직 무서워하는구나’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당분간은 아이 방에서 부모가 함께 자 주도록 하세요. 혼자 자기는 절대 성급하게 진행할 과제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