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가 돼 줘/ 난 네 남자야.”
2014년 발매된 프랑스 출신 다비드 게타의 곡 ‘헤이 마마(Hey mama)’가 2021년 겨울 대한민국에서 이렇게나 울려 퍼질 줄 누가 알았을까.
이 곡을 피쳐링한 비비 렉사와 니키 미나즈, 아프로잭의 목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일어나 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박수를 치고 춤을 춘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엠넷에서 두 달간 진행된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신드롬 덕분이다.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콘서트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ON THE STAGE)’. 화면 안의 열기가 무대로 옮겨졌다. 주인공인 여덟 크루들은 예상된 120분을 넘어 180분 동안 꽉 채운 무대를 선보였다.
시작은 가장 젊은 크루 ‘YGX’. 그들은 붉은 가죽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행주와 스윙스가 부른 ‘레드 선(red sun)’에 맞춰 춤을 췄다. 2017년 엠넷의 또 다른 음악 서바이벌 히트작 ‘쇼미 더 머니 6′에 나왔던 곡이다.
그다음 무대는 ‘원트’. 2019년 발매된 미국 싱어송라이터 티나셰의 노래 ‘다이 어 리틀 빗(Die A little Bit)’에 맞춰 무대를 선보였다. 원트의 시원시원한 춤선과 티나셰의 보컬이 원래부터 함께했던 것처럼 잘 맞았다.
세 번째 타자는 웨이비. 그들이 선택한 곡은 2018년 발매돼 그래미 최우수 랩 퍼포먼스를 수상한 앤더슨 팩의 ‘버블린(Bubblin)’이다. 앤더슨 팩은 한국계 미국인 출신 힙합 아티스트로 국내에서는 ‘밀양 박씨’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웨이비가 이 노래와 ‘닐리리야’에 맞춰 춤을 추자 공연장은 한 순간에 클럽으로 바뀌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코카앤버터도 ‘스톤 콜드 러버(stone cold lover)’으로 공연장 분위기를 달궜다.
영걸들의 무대가 끝나고, 이제 언니들 무대가 시작됐다.
모니카샘의 ‘프라우드먼’은 예상을 깨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지(Gee)’로 귀여운 무대를 연출했다. ‘훅’과 ‘라치카’는 경연곡 리믹스로 경연 프로그램 당시의 열기를 되살렸다.
공연 막바지, 우승팀 홀리뱅의 ‘베놈’이 등장했다.
영국 출신의 27세 래퍼 리틀 심즈가 2019년 발표한 곡.
“최고의 자리에 앉아있거든/ 긴 시간 끝에/ 다음 세대의 인류가 되었어.”
‘베놈’의 가사는 현재 이 여덟 크루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이날 서울 콘서트는 팬데믹 속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 진행, 내부에서 함성이 금지됐다. 또한 2차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이 경과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소지자 혹은 2일 이내 PCR(유전자증폭) 음성 결과 확인서 소지자만 입장이 가능, 이에 안심콜과 접종 확인서 혹은 PCR 결과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리정은 “당연히 저희 무대를, 저희보다 더 즐겨주신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겠다. 함성 말고 박수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모니카는 박수를 치기 힘들 때 대신 양팔을 들고 손을 흔드는 응원 방법을 준비해왔다.
관객들은 앵콜을 위해 함성 대신 휴대폰 손전등으로 공연장을 밝혔다. 이어 무대에 올라온 여덟 크루들은 이 모습에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댄서들은 지난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구, 창원, 인천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