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자리한 경남 하동 단천마을. 이곳 숲속에 지어진 외딴집 청마루에 홀로 앉은 이종수 할아버지는 자주 먼저 간 아내, 김순규 할머니를 그리며 다음과 같이 되내었다. “나부야, 나부야”
‘나부’란 ‘나비’를 뜻하는 남쪽 지역 방언이다. 이종수, 김순규 부부는 각각 18살, 17살 때 중매로 만나 78년의 결혼생활을 함께 했었다. 그 중 50년은 단천마을에서 살아왔다. 이곳에서 6남매를 훌륭히 키워냈다.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했고, 늘 곁에 있을 것만 같던 동반자가 헤어진 건 2015년 김순규 할머니(당시 97세)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이후 이종수 할아버지는 한 마리 나부가 되어 아내 곁으로 가는 날만을 고대했다. 그리고 이듬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뒤를 따라나섰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부야 나부야’는 이종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7년 간의 시간을 담았다. 그만큼 78년 간의 시간을 공유한 이 부부가 어떻게 서로를 위하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할아버지의 하루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요강을 비우고, 발톱 깎는 일을 돕고, 집안일을 전담하는 일로 이어진다. 때로는 손수 깎은 비녀를 할머니에게 선물하며 “둘이서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같이 갑시다”라고 말한다. 그런 할아버지가 아직도 좋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뭘 묻냐는 듯이 답한다. “그러니까 이제껏 살았지!”
당초 이 노부부의 이야기는 2012년 1월에 방송된 KBS ‘세상사는이야기’ 48화 속 주인공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이 촬영을 맡았던 최정우 감독이 감명을 받고 2011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 영화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감독은 노부부의 이별 장면을 담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카메라 렌즈를 한번 거치고도 잦아들지 않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다큐를 본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새드엔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진정한 동반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노부부가 거쳐온 7년 간의 사계절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을 통해 답해주기 때문이다.
개요 l 한국 l 감동,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영화 l 1시간 4분
등급 전체 관람가
특징 진정한 동반자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