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연구로 세계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한국의 미학’을 만들었다. 이로써 그는 전 세계 공간의 다양성에 기여했다.”(윌리엄 노위치 파이돈 에디터)
세계 3대 아트 서적 출판사로 꼽히는 파이돈 프레스가 ‘세계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100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양태오(40) 태오양 스튜디오 대표를 선정했다.
파이돈은 2~3년에 한 번씩 ‘디자인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동시대 예술가 100인을 선정하는데, 이번 주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10코르소 코모의 창립자인 카를라 소차니 등 권위 있는 심사위원 90명이 2년 6개월간 이 분야 유력지 ‘월페이퍼’ ‘모노클’ 등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디자이너 중에서 100인을 엄선했다. 명단에는 양 대표와 함께 프랑스의 조제프 디란드, 벨기에의 빈센트 반 두이센 등이 있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에 있는 태오양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살짝 들떠 있었다.
“작년 말 파이돈에서 저를 선정했다는 이메일을 두 번이나 보냈는데 전 확인도 안 했었어요. 책 사라는 건 줄 알았거든요.(웃음) 그런데 제가 선정된 걸 알고 너무 놀랐어요.”
그는 미국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공부하고, 네덜란드 마르셀 반더스 스튜디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1년 태오양 스튜디오를 열고, 배우 전지현의 신혼집 인테리어를 맡으면서 ‘스타들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100년 된 한옥 ‘청송재’를 집과 사무실로 꾸민 후에는 ‘한옥 인테리어’를 국내에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큰 인기는 오히려 독(毒)이었다. 미디어는 새로운 스타를 원했고, 대중은 새로운 디자인을 원했다. 인테리어 트렌드는 너무 빠르게 변했다.
“‘한국의 미학’은 제 디자인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친환경적 요소 등 이 시대가 원하는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제 디자인을 트렌드와 비교하며 과거로만 바라볼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번 파이돈 선정은 제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무소 뿔처럼 흔들리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걸어가면 되는 거구나’ 하는.”
그는 그동안 꾸준히 한국적인 것을 찾아 의도적으로 인테리어에 넣었다.
영국 명품 벽지 브랜드 드고네이와의 작업에서는 ‘한국의 정원’인 창덕궁 화계를 궁중화로, 책거리 문화를 민화로 그려 넣었다. 드고네이는 실크에 장인이 직접 그리는 고가의 벽지 브랜드로, 영국 왕실과 유명인, 유명 호텔 등이 사용한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 컬렉션은 많았지만, 한국 컬렉션은 양 대표가 처음이었다. 양 대표가 만든 한국 컬렉션은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 디자인 거리인 생제르맹 데 프레의 쇼룸에 전시됐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시를 위해 3D프린터로 석탑과 석등을 만들었고,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 가방에는 조선 시대 ‘옻칠’ 기법을 적용했다. 망향휴게소 화장실에는 향교(鄕校) 인테리어를 넣었다.
“저는 늘 ‘예쁜 것이 전부가 아니다”를 강조했어요. 공간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공간이 주는 힘을 믿는다. 철학을 담은 인테리어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진행한 국립경주박물관 로비 작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곳은 올해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개의 공간에 선정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 박물관 로비는 새로운 여행 공간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박물관이 새로움을 배우는 지식의 공간만이 아닌, 휴식을 주는 감성적인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유물을 보호하는 유리를 벗겨냈죠. 로비 공간으로 꺼냈습니다. 사람들이 유물을 만지지는 못하지만, 유리를 통과하지 않는 사진을 찍으면서 로비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누가 만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박물관 말로는, 유물을 꺼내놓은 후 사람들이 공동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해요. 시민 의식인 거죠. 전 그런 게 공간의 힘인 것 같아요.”
그가 생각하는 ‘한국의 미학’이란 ‘비움’이다.
“어떻게 하면 허례와 겉치레를 비워내고 지워내 본질만 남길지 고민하고 있어요. 조선 후기 ‘달항아리’는 아무것도 칠해져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굉장히 단아하고 아름답잖아요. 저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