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포니 뮤직

그룹사운드 ‘잔나비’ 음악은 뭐랄까, 촌스러운 청춘의 냄새가 난다. 힙하고 쿨한 거 좋아하는 세상에서, 성실과 열정을 이야기한다. 전자음 아닌 기타와 베이스, 드럼으로.

잔나비(원숭이)띠, 1992년생 동갑내기 네 명이 모여 만든 밴드 ‘잔나비’가 3집 앨범 ‘환상의 나라’로 돌아왔다. 2014년 ‘로켓트’로 데뷔한 후 독특한 멜로디와 가사로 인디 밴드 출신답지 않게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잔나비는 2019년 발매한 정규 2집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로 청춘들의 깊은 지지를 얻었다.

2집 ‘전설’ 이후 2년 4개월 만. 이번 앨범을 들을 때 지켜야 할 유의 사항이 있다.

수록곡 1번 ‘환상의 나라’부터 13번 ‘컴백홈’까지 순서대로 들을 것. 밤에 침대에 누워 불을 꺼놓고 듣다 보면 눈앞에 뮤지컬 한 편이 펼쳐진다. 제목은 앨범 부제인 ‘지오르보 대장과 구닥다리 영웅들’. ‘지오르보’라는 이름은 리더 최정훈의 아버지가 그를 ‘쫄보’라고 부르던 것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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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르보 대장과 함께 떠나는 길.

“조금만 더 가면 보금자리래/ 그곳에 닿으면 한숨 돌릴까.”

2번 트랙 ‘용맹한 발걸음이여’는 희망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를 뚜벅뚜벅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최정훈은 “성실이라는 단어를 재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불나방 같은 제 모습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3번 ‘비틀 파워!’는 말 그대로 비틀스에 대한 곡. 비틀스 다큐멘터리를 보며 작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960년대 영국 록 느낌이 많이 난다. 금관 사운드를 과장하고, 사운드를 덧입히고 왜곡시킨, 음악 실험을 많이 한 느낌이다.

5번 ‘로맨스의 왕’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코미디의 왕’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헐리웃 러버 이 연애는/ 이해할 수가 없어” 조금은 고리타분한 낭만을 원하는 잔나비의 연애 감성을 담고 있다.

타이틀곡인 10번 ‘외딴섬 로맨틱’은 단순한 남녀의 연애가 아닌 더 큰 범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먼 훗날 그 언젠가 돌아가자고 말하면/ 너는 웃다 고갤 끄덕여줘.”

최정훈은 “2017년 발매곡 ‘쉬(She)’에 나오는 그녀 입장에서 부르는 곡”이라고 말했다.

모든 여행과 여정은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마지막 ‘컴백홈’은 잔나비가 2015년에 작업한 미발매곡. 앨범에 담긴 버전도 6년 전 멤버들이 부른 것. 당시의 어린 잔나비가 지금의 잔나비를 응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