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과 클래식을 결합한 팝시컬의 창시자’ ‘최정상 여성 래퍼 카디비가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클래식 규칙을 찢어버린 뮤지션’….
힙합 감성을 가진 클래식 피아니스트 클로이 플라워(36)는 이름이 여러 개다. 2019년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 ‘머니’를 부르는 카디비 옆에서 힙합 비트를 더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모습은 지금도 회자된다. 최근 선보인 첫 정규 앨범 ‘클로이 플라워’는 빌보드 클래시컬 크로스앨범 차트에서 6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신곡 ‘웬 아이 시 유 어게인(When I See You Again)’의 뮤직비디오에서, 옷은 서양식 드레스를 입었는데 머리는 쪽을 진 것처럼 동양풍인 차림으로 클래식인지 팝인지 모호한 음악을 피아노 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서면으로 만난 그는 “한국의 전통 헤어스타일을 참고했다”며 “내 음악의 배경엔 ‘한국계 미국인’이란 정체성이 강하게 담겨있다”고 했다.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두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을 타고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두 분이 집안에서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젖먹이였던 제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알아차리곤 뛰고 소리를 질렀대요.”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했다. 그때 바흐의 파르티타를 연습하다 래퍼 팻조의 음악을 들었다. “춤이 절로 춰졌죠.” 그때부터 클래식만큼 힙합을 들었다. “그러다 둘을 섞어봤는데, 두 곡이 거의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어요. 그 이후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죠.”
카디비의 소속사 임원이 그의 인스타그램을 카디비에게 보여주면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 “카디비가 제 연주뿐 아니라 무대에서의 모습도 마음에 들어했대요. 그날 그래미 공연은 제 인생에도 각별한 의미가 됐지만, 이후로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계기도 됐어요.”
“클래식 감성에 힙합 비트를 결합하는 과정이 ‘팝시컬’”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제가 가진 한국인로서의 피는 음악과 인격 형성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백인들로만 이뤄진 커뮤니티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딜 가나 사람들 주목을 받아야 했어요.” 부모는 그에게 남들과 다르단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백인들로만 구성된 집단에 결코 완전히 소속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한국인들 모임에서도 종종 ‘너무 미국식 성격’이란 이유로 배척당하곤 했어요. 학창 시절 내내 저는 클래식계에 완전히 들어맞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대중음악에선 더욱 이단적인 존재였어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저의 경험은 이런 어려움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됐죠.”
정체성은 그의 관심사를 음악은 물론이고 인권과 교육 등으로 확대시켰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홍보대사로 유엔에서 연설했다. 유색인종 및 여성 인권 운동과 음악 교육 등 사회적 활동도 겸한다. 패션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 롤 모델은 어머니예요. 어머니는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통틀어 가장 품위가 넘치며 지혜로운 분이죠. 어머니는 제게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인생의 교훈, 역경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가르쳐주셨을 뿐 아니라, 저의 패션 아이콘이기도 해요. 패션지 ‘하퍼스 바자’를 처음 봤던 순간부터 제 눈에 가장 멋져 보이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