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은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 최근 시티팝으로만 구성된 11집 앨범을 들고 컴백한 가수 김현철이 서울 종로구 효자동 한 골목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런 음악을 시티팝이라고 부른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어요. 처음에는 사탕 이름인 줄 알았어요. 전 오래전부터 이런 음악을 좋아했는데, 저희 때는 ‘스무스(smooth) 재즈’라고 부른 것 같은데.”

가수 김현철(52)이 11집과 함께 돌아왔다. 제목은 ‘시티 브리즈 앤 러브송(City Breeze & Love Song). 최근 젊은 세대가 그에게 붙여 준 별명 ‘시티팝의 시조새’에 대한 화답이다. ‘두근대는 걸음마다 가벼워지네/ 좋아해 그래 나는 너를 그것뿐이야.’ (테이크 오프 中)

“이 앨범은 사랑에 대한 게 아니에요. 남녀가 처음 만나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별거 아닌 행동에 상처받고 좋아하는 감정을 담았어요. 전 그 ‘썸’이라는 감정이 사랑의 최고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새 앨범 낸 시티팝의 대부 가수 김현철이 2021년 7월 6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인근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연정 객원기자

시티팝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일본 경제 부흥기에 유행한 음악으로 알려져있다. 장르보다는 분위기에 가깝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최근 역주행한 브레이브 걸스의 ‘운전만해’ 역시 시티팝이다. “제가 시티팝의 시조새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1집 ‘오랜만에’라는 노래 때문일 거예요. 이번 앨범은 그 연장선에 있지요.”

32년 전 김현철의 데뷔곡인 ‘오랜만에’는 최근 역주행 중이다. 20대 가수 죠지가 리메이크했고, 지난해에는 커피 브랜드 광고에도 쓰였다. 정작 앨범을 냈을 당시는 ‘춘천 가는 기차’에 가려졌던 곡이다.

“‘춘천 가는 기차'도 역주행 곡이죠. 저희 때 성공 기준은 청주에 사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앨범을 사는 거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 성공은 3집 ‘달의 몰락’을 냈을 때죠. 그 앨범이 잘되니까 1집도 같이 떴어요. 저는 ‘오랜만에’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춘천 가는 기차’ 때문이더라고요.”

김현철을 모르는 사람도 ‘춘천 가는 기차’는 안다. 이를 넘어서는 곡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없을까.

“없어요. 욕심을 가지면 욕심대로 안 돼요. 제 노래가 30년 만에 다시 불릴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한번은 타이거 디스코라는 디제이 초청으로 클럽에 갔는데, 대학생들이 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라고요. 나빠지는 것도, 좋아지는 것도 제 마음으로 되는 건 아니죠.”

새 앨범 낸 시티팝의 대부 가수 김현철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인근에서 카메라앞에 섰다. / 김연정 객원기자

90년대 음악을 좋아하는 90년대생들이 많은 요즘이다. 예전의 명곡을 찾아낸다는 ‘디깅’이란 표현도 유행하고 있다. 30년 전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30년 어린 후배들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기분은 어떨까. 이제는 장성한 자녀까지 있는 상황인데. “가끔 새 노래를 만들면서 그런 욕심을 가집니다. 아직은 태어나지도 않은 제 손자가, 할아버지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열심히 앨범을 내고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그전에는 음악이 ‘해야 할 일’이었다면, 지금은 ‘즐거움’이에요. 혹시 아나요? 이번 앨범 중 또 한 노래가 30년 뒤 누군가를 통해 불리게 될지.”

이번 앨범 4번 곡 ‘평범함의 위대함’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자질구레 아무탈도 없이/ 무리해서 앞서 걷지 않음/ 편한 음악 속의 한가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