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아트프로젝트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4일 첫 에세이집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를 펴내고 출간 간담회를 가졌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2)는 만 17세 때 몬트리올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인디애나폴리스 대회까지 우승을 거듭한 ‘콩쿠르의 여왕’. 이번에는 활을 잠시 내려놓고 펜을 잡았다. 첫 에세이집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를 펴내고 작가로 변신한 것. 그는 4일 출간 간담회에서 “어두운 부분까지도 가감 없이, 창피하고 부끄러운 욕망까지 포함해서 들추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화려한 조명과 무대에 가려서 지나치기 쉬운 음악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에세이를 통해서 숨김 없이 드러냈다. “드물었지만 아빠한테 벨트로 맞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좀 무서울 정도로 얼굴이 어두웠다. 2000년대 아이들은 1800년대 베토벤처럼 맞으면서 재능을 키워나갔다. 200년 세월이 무색했다.” 합격과 입상의 성적 만능주의로 얼룩진 음악 교육에 대해서 그는 “우리는 너무 어릴 때 실패를 경험했고 모두 함께 패배자가 됐다”고 술회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첫 에세이집을 펴냈다. 세계 유수의 대회를 석권한 ‘콩쿠르 여왕’이다. /봄아트프로젝트

바이올린 활 끝처럼 예리한 그의 펜촉은 때로 자기 자신에게도 향한다. 조진주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서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질투심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나는 특히 두 종류의 사람을 보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열등감이 폭발한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콩쿠르 여왕’에게도 질투의 대상이 있을까. 에세이에서 그는 “모범생 같은 스타일의 연주자와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연주자”라며 “이런 상반된 두 가지 유형에 유난히 자존감이 박살나는 건 아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될 수 없어서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은희경과 한강, 밀란 쿤데라와 카프카를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그는 음악계에서도 ‘소문난 다독가(多讀家)’. 그는 “와인과 목욕, 카페에 앉아서 낯선 경치 즐기기까지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도 독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흡사 애늙은이 같은 문어투의 화법과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톡톡 튀는 말투가 공존한다는 점도 그의 강점. 글쓰기의 비결에 대한 질문에는 “마감은 누구에게나 영감 아닌가요?”라고 반문하고,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제나 재미가 두려움을 이긴다”고 답하는 식이다.

올가을에는 서거 100주기를 맞은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1835~1921)의 바이올린 작품들을 담은 음반을 프랑스 음반사 나이브를 통해서 내놓는다. 간담회 직전 그는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일종의 예고편처럼 들려주었다. 펜촉만큼이나 매섭고 다부진 조진주의 개성이 활 끝에서도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