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일약 ‘월드스타'로 우뚝 선 배우 윤여정. 그녀가 ‘미나리’ 촬영하기 직전에 연기했던 영화가 바로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다. 영화는 재산도, 결혼도 제쳐 놓고 영화PD로 살다가, 커리어를 올인했던 동료 감독이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40살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노처녀 이찬실(강말금 역)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타'에 빠진 그녀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를 갑자기 좋아하게 되지만, 연애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급기야 몸이 허해서 그런지 귀신까지 보게 되는데, 귀신마저 그녀를 위로한다. “당신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왠지 영화가 우리에게 하는 말 같아서 뭉클하기까지 하다.
윤여정은 이찬실이 사는 달동네 하숙집 할머니로 나온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맛깔스런 연기는 일품이다. 늦은 나이에 ‘글을 몰라서 수도세도 제대로 못 내는 게 한’이라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가 쓴 한 줄 시가 이러하다. ‘사랑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짧은 한 문장으로 가슴을 울릴 줄이야. 대수롭지 않게 툭툭 던지는 대사도 콕콕 박힌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애써서 해.” “안고 쥐고 있음 뭐해. 버려야 채워지지.” ‘찬실이’에서 보여주는 숨길 수 없는 내공과 존재감은 진작부터 그의 월드스타 행을 예고한 듯 하다. 찬실역의 강말금도 인상적인 연기력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개요 드라마 영화 l 한국 l 96분
등급 전체 관람가
특징 방황하는 어른이들 위한 잔잔한 힐링타임
평점 IMDb⭐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