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녹화 영상을 통해 감독상을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봉 감독은 이날 감독상 수상자로 영화 '노매드랜드'의 감독 클로이 자오를 호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했던 봉준호 감독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부문 시상자로 나서 한국어로 후보들을 소개했다.

봉 감독은 2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의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봉 감독은 미국 현지에서 시상한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녹화한 영상을 통해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2년 이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메인 무대가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바뀌었다. 시상식장에 초대받은 사람도 170여 명으로 제한됐다.

봉 감독은 영상을 통해 감독상 후보인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어나더 라운드’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맹크’의 데이빗 핀처 감독,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랠드 페넬 감독 등을 소개했다. 봉 감독은 “디렉팅(연출)은 무엇인가, 감독이라는 직업은 도대체 뭐 하는 직업인가”라며 “저 자신도 감독이지만 짧고 명쾌하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쑥스럽고 오그라들기도 할 것”이라며 “얼버무리거나 회피하거나 도망치거나 할 것 같다”고 했다.

93회 오스카상 감독상 후보자들. 왼쪽부터, '미나리'의 정이삭, '프로미싱 영 우먼'의 에머랄드 페넬, '맹크'의 데이비드 핀처, '언아더 라운드'의 토마스 빈터베르그,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AP 연합뉴스

봉 감독은 후보들에게 ‘길에서 어린아이를 붙잡고 감독이란 직업이 무엇인지 20초 이내에 짧게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를 물었다며 각 후보의 답변을 소개했다.

봉 감독은 영어 대신 한국어로 후보들의 말을 전했고, ‘기생충 통역사’로 유명해진 샤론 최가 통역을 맡았다.

오스카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자오 감독이 수상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자오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 감독이 됐다.

'노매드랜드'로 93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AFP 연합뉴스

자오 감독은 봉 감독의 질문에 “이것저것 웬만큼은 할 줄 알지만 뭔가 하나 마스터한 적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러다 일이 꼬여갈 때 ‘버든 오브 드림스’ 같은 영화를 보며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 물어보는 존재”라고 했다.

정 감독은 “영화는 삶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진정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스토리텔러는 늘 우리 실제 삶에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영화상을 받은 ‘어나더 라운드’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저 아래 시커먼 물이 출렁이는 절벽 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동료 아티스트와 함께 뛰어내리면 뜨거운 연대감이 치솟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