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내 넷플릭스 1위, 전 세계 드라마 부문 4위(플릭스 패트롤)에 오른 드라마 ‘빈센조’.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드라마를 몰입하게 만드는 계기는 첫 회에 나오는 이탈리아 장면.

드라마 '빈센조'에 사용된 시각 효과(VFX·visual effects).

우아한 건축물 사이로 빈센조가 걸어나와 차에 타는 장면, 광활하게 펼쳐진 포도 농장을 불태우는 장면, 화려한 파올로의 저택에서 발생한 자동차 폭파 장면. 도대체 코로나 시국에 빈센조 촬영팀은 이걸 어떻게 찍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건 시각 효과(VFX·visual effects)다. 보통 시대극이나 공상과학(SF)물에서 사용되던 특수 효과 기법이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해외 촬영을 대신하게 된 것. 현재 빈센조 제작과 VFX 촬영을 맡은 스튜디오 드래곤 함승훈 PD에게 빈센조 촬영의 비밀을 들었다.

“그거 아세요? 파올로와 빈센조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서로 대역을 놓고 연기한 후, 배경을 뒤에 붙인 거예요. 송중기가 등장하는 모든 이탈리아 장면은 VFX컷들입니다.”

함 PD가 가장 공을 들인 건 포도 농장 장면이다.

“이 부분만 유일하게 이탈리아 배우를 한국으로 초청해 세트장에서 촬영했습니다. 정원 일부와 발코니는 세트로 만들었고, 이탈리아 배경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촬영한 것을 입혔습니다. 그 외 계단, 흔들리는 나무, 저택 건물, 나는 경비행기, 뿌려지는 휘발유, 번지는 불길 등은 3D로 그려 넣은 것입니다.”

/스튜디오 드래곤

VFX는 현재를 찍을 수 없는 시대극이나 현실에 없는 SF, 히어로물에서 주로 사용된다. 최근 공개된 영화 ‘승리호’,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추가 촬영분이 VFX로 제작됐다. 빈센조 촬영팀도 과거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루마니아, 태국,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발리 등에서 촬영해온 장면들을 합성해 배경으로 쓴 적은 있다. 현대물에서 해외 촬영을 VFX로 대신한 건 영화 ‘페이스메이커’의 런던 마라톤 장면 정도다.

함 PD는 그 이유가 비용보다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용은 얼마나 세밀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VFX보다 현지 촬영을 선호하는 건 배우들 연기 때문이에요. 사방에 파란 벽을 두르고 연출, 촬영, 조명의 철저한 계산에 맞춰 연기한다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송중기씨가 ‘아스달 연대기’와 ‘승리호’로 경험이 많아 좋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함 PD는 “원래 VFX는 잘할수록 티가 안 나 회자되지 않는데, 코로나 시대에 해외 촬영을 갔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청자들 생각 때문에 화제가 된 것 같다”며 “코로나 사태 속 국내 VFX 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