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대중음악 최대의 화제는 ‘아이유’였다.

4년 만에 정규 5집 ‘라일락’으로 컴백한 아이유의 타이틀곡 ‘라일락’은 멜론, 지니 등 국내 차트에서 1위, 앨범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량도 27만8400장으로 본인 앨범 중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2일 첫 솔로 앨범‘R’을 낸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왼쪽)와, 지난달 25일 정규 5집으로 돌아온 ‘아이유’(오른쪽). /YG엔터테인먼트·EDAM엔터테인먼트

그런 아이유마저 뛰어넘은 아이돌 출신 가수가 있다. 지난달 12일 첫 솔로 앨범 ‘R’을 발매한 아이돌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초동 판매량은 44만8000장. 압도적 승리였다. 앨범 발매 후 첫 일주일 판매량을 말하는 초동은 팬덤의 크기와 대중적인 인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타이틀 곡 ‘온 더 그라운드’는 지난 23일 빌보드 핫 100에서 70위, 전 세계 시장을 반영한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는 1위였다.

◇따로 또 같이… 아이돌 솔로 전성시대

아이돌 1·2세대만 해도 솔로 활동은 그룹이 해체된 후에나 가능했다. 그룹 활동 중 솔로 앨범을 내는 건 ‘배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음악적 취향이 안 맞는다고 해체하거나, 솔로로 활동하고 싶다고 팀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아이돌 그룹 생명력도 짧았다.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3년 징크스’도 있었다. 1세대 아이돌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H.O.T’가 5년, 젝스키스도 3년 활동하고 해체했다. 그룹 해체 후 솔로로 성공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러나 빅뱅, 수퍼주니어 이후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솔로와 그룹 활동을 병행한다. 현재 역대 솔로 가수 초동 판매 1위도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이 지난해 발매한 두 번째 앨범 ‘딜라이트(70만4500장)’이다. 당시 백현의 이 앨범은 전체 판매량이 100만장을 돌파해, 솔로 가수로는 2001년 김건모 7집 이후 19년 만에 그룹과 솔로 앨범 모두 100만장 돌파 가수로는 서태지 이후 처음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30일 세 번째 미니 앨범 ‘밤비’로 컴백한 백현은 첫 날에만 78만장을 판매해, 자신이 세운 기록을 자신이 깨고 있다.

역대 솔로 가수 중 초동판매량 1위인 아이돌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 /SM엔터테인먼트

그러다 보니 아이돌 그룹의 생명도 길어진다. 방탄소년단이 벌써 7년, 엑소는 9년이 넘었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도 개인 앨범만 두 개를 냈고, 이 중 두 번째 앨범 ‘D-2’는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1위를 기록해 한국 솔로 가수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 지드래곤, 태양 등 솔로 가수로도 최고를 찍은 그룹 빅뱅은 15년 차다. 걸그룹 중에서도 레드벨벳이 벌써 7년, 블랙핑크도 5년째. 레드벨벳의 메인 보컬 웬디도 5일 첫 앨범 ‘라이크 워터’를 발매했다.

◇K팝 시장 성장… 아이돌 역량도 올라가

이는 최근 20년 사이 국내 가요 시장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90년~2000년대만 해도 솔로 가수가 제일 잘나갈 때라 능력 있는 뮤지션은 대부분 솔로로 데뷔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룹의 시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룹을 하면 멤버들의 다양한 매력으로 팬들을 단기간에 모을 수 있다 보니 빅뱅의 지드래곤이나 태양 같은 인재도 그룹에 넣는다”며 “소속사에서도 그룹으로 팬덤이 생기고 지지 기반이 단단해지면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음악 시장이 앨범에서 싱글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수들이 프로젝트성으로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던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16년째 그룹 활동을 하며 유닛, 솔로,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수퍼주니어’가 대표적이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산업 자체가 20년 넘어가며 안정화되고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