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시아인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봤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0일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주세요(#Stop Asain Hate·SAH)”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혐오를 멈춰주세요(#Stop AAPI Hate)” 운동에 동참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공식 트위터에 한국어와 영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적었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백인 남성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여성을 포함, 8명이 희생되는 등 아시아인을 겨냥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증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저희 경험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지만,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다”며 “하물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저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적었다.
방탄소년단은 그러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시아인으로서 저희의 정체성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놓기까지, 또 저희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할지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결국, 우리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5시간 만에 74만2000명에게 공유됐고, 131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할리우드 리포터 등 미국 주요 대중매체들도 방탄소년단의 발언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메시지를 받아보는 팔로어는 3403만명이다. 팬클럽 아미도 “우리는 그들의 모든 말에 동의하며 지지한다”며 잇따라 지지 글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진 흑인차별 항의시위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의 집행부 측에 100만달러(12억여원)를 기부했고, 팬들의 기부 동참을 이끌어냈다.
한편 남녀 테니스 사상 아시아 국적으론 첫 세계 랭킹 단식 1위에 올랐던 오사카 나오미(24·일본)도 최근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사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버블티나 일본 만화, 떡, 스시, 말차 등을 좋아하는 만큼 아시아인을 사랑하면 어떨까. 그런 문화를 즐기면서 이를 만든 인종을 공격하고 차별하는 것을 상상해보라”는 글을 올렸다. 또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중지하라'는 해시태그를 달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며 “상식이 상식으로 통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이티 출신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자신을 ‘흑인 여성(black woman)’이라고 지칭하면서도,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인 아시아인의 혐오에도 맞서고 있다. BLM 시위가 확산하던 지난해 8월에도 US오픈 경기마다 인종차별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