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의 상징 그라모폰(최초의 디스크 축음기)으로 연출한 무대 앞으로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곡은 지난해 8월 발매해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 형형색색의 정장을 입은 멤버들은 노래가 하이라이트를 향하자 건물 옥상으로 무대를 바꿨다. 웅장한 규모의 헬리패드(헬기 이착륙장) 무대 뒤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은 전 세계로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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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각) 방탄소년단이 한국 대중 가수로는 최초로 그래미 무대에서 단독 공연을 펼쳤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부른 ‘레인 온 미’에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도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 공연까지 펼쳐 매우 영광스럽다”며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YONHAP PHOTO-3345> 그래미상 '올해의 노래' 부문 수상한 미 가수 H.E.R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화이트 그래미, 흑인에게 화해의 손길

올해 그래미는 흑인 아티스트들에게 보내는 화해의 손길 같았다.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화이트 그래미'라는 악명도 붙어 있었다. 백인 뮤지션을 편애한다는 비판이 늘 함께했던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올해 제63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주요 부문 4개 본상 중 하나인 ‘신인상’은 흑인 여성 힙합 아티스트인 메건 디 스탤리언에게 돌아갔다. 여성 흑인 래퍼가 받은 건 1999년 롤린 힐 이후 처음이다.

‘올해의 노래’는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러(Black Lives Matter· BLM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를 다룬 여성 흑인 싱어송라이터 허(H.E.R.)의 ‘아이 캔트 브리드’가 받았다. 허는 수상 소감에서 “저의 두려움이 이렇게 큰 변화와 영향력을 가져올 줄 몰랐다”며 “2020년 여름 동안 우리가 싸웠던 그 에너지를 지키자”고 말했다. 축하 무대에 오른 흑인 여성 컨트리음악 가수 미키 가이튼도 BLM 운동을 상징하는 ‘블랙 라이크 미’를 부르고, 흑인 남성 래퍼 릴 베이비는 ‘비거 픽처’의 무대를 마치 시위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다.

<YONHAP PHOTO-4037> Beyonce wins the Grammy for Best R&B Performance for "Black Parade" in this screen grab taken from video of the 63rd Annual Grammy Awards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March 14, 2021. CBS/Handout via REUTERS -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NO ARCHIVES, NO SALES, MANDATORY CREDIT, NO NEW USES AFTER 0400 GMT 17/3/2021, NO BROADCAST USE, USE FOR GRAMMY RELATED COVERAGE ONLY/2021-03-15 14:32:3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4202> Finneas, left, and Billie Eilish arrive at the 63rd annual Grammy Awards at the Los Angeles Convention Center on Sunday, March 14, 2021. (Photo by Jordan Strauss/Invision/AP) 031421126954/2021-03-15 14:59:2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4106> Taylor Swift performs in this screen grab taken from video of the 63rd Annual Grammy Awards in Los Angeles, California, U.S., March 14, 2021. CBS/Handout via REUTERS -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NO ARCHIVES, NO SALES, MANDATORY CREDIT, NO NEW USES AFTER 0400 GMT 17/3/2021, NO BROADCAST USE, USE FOR GRAMMY RELATED COVERAGE ONLY/2021-03-15 14:42:06/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올해 그래미는 여성 아티스트의 밤

뉴욕타임스는 “올해 그래미는 여성 아티스트가 휩쓸었다”고도 분석했다. 대상 격인 ‘올해의 레코드’는 지난해 그래미의 신데렐라였던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의 앨범’은 그래미의 딸로 불리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수상했다. 스위프트는 이번 수상으로 앨범 ‘피어리스(2008년)’, ’1989(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올해의 앨범’ 상을 받게 됐다. 힙합 여왕 비욘세는 싱글곡 ‘블랙 퍼레이드’ 등으로 이날 4개의 상을 받으면서 총 28개로 가장 많은 그래미 트로피를 받은 여성 아티스트가 됐다.

올해 그래미는 이 외에도 많은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보수적인 그래미와 최극단에 있을 것 같은 여성 흑인 힙합 가수 카디비가 선정적인 노랫말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었던 ‘왑(wap)’ 무대를 선보였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올해 그래미는 지금까지의 비판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며 “올해 여성, 흑인, 아시아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