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나를 괴롭혔던 학교 폭력 가해자가 또 다른 학폭 피해자가 된다면, 우리는 그 사실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폭력을 막는 방법은 또 다른 폭력밖에 없는 걸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용서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할까.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보는 이들에게 계속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극 중 주인공 이시다 쇼야는 초등학교 시절 청각장애로 보청기를 꼈다는 이유만으로 니시미야 쇼코를 괴롭힌다. 반 아이들도 쇼야의 행동을 방관하며 함께 따돌림에 동참한다. 하지만 결국 이 사실이 학교에서 문제가 됐을 때는 반 아이들 모두 쇼야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버린다. 이때부터 ‘못된 가해자’란 낙인이 찍힌 쇼야는 초등학교 시절은 물론 중학교에 진학해서까지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담임 선생님은 일찍부터 쇼야가 괴롭힘 당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만, ‘가해자니 당해도 싸다’며 이를 묵인한다.
이후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쇼코는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쇼야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자신의 어눌한 말투를 조롱하던 그가 수화(手話)를 배워서 나타난 난 것. 오랜 시간 지속된 따돌림이 괴로웠던 쇼야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쇼코에게 사과를 하러 찾아왔던 것이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 전하러 온 쇼야의 마지막 진심은 과연 전달될 수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의 입장을 바꿔본다’는 이 애니메이션의 전제는 사실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대다수의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현실에는 저토록 ‘불쌍하고’ ‘착한’ 가해자가 드물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의 ‘만약에’라는 전제만큼은 단순 고발을 넘어서 우리가 어떻게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지 계속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학교 폭력 미투(Me too)가 급증한 요즘, 애니메이션의 상상을 빌려서라도 다함께 그 고민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개요 애니메이션 l 일본 l 2시간 9분
등급 전체관람가
특징 ‘진정한 사과’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애니메이션
평점 IMDb⭐ 8.1/10 로튼토마토🍅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