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맬컴과 마리’
인생 최고의 날에서 최악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들이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맬컴과 마리’는 그 순간을 명민하게 포착한 영화다. 극 중 영화 감독인 맬컴(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주인공. 맬컴이 자신의 작품 시사회가 끝난 뒤 연인 마리(젠데이아)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맬컴은 주변의 칭찬에 잔뜩 들뜬 상태. 반면 마리는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연유를 캐묻는 과정에서 옥신각신 언쟁이 벌어지고, 급기야 둘은 서로의 아픈 상처를 들추기 시작한다. 과연 이 커플은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연인만 등장하는 2인극에 흑백 영화.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한밤에서 새벽까지의 제한적 시간, 연인의 말다툼이라는 단일한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고전극과 닮았다.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할리우드에서 각본·촬영·편집을 모두 마친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시공간과 인원의 제약은 실은 팬데믹이 만들어낸 조건인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에 출연한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스파이더 맨’의 젠데이아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각본·연출을 맡은 샘 레빈슨은 ‘레인맨’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던 배리 레빈슨의 아들. 명배우 덴절 워싱턴의 아들인 존 데이비드까지 2세 영화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현학적이고 자의식 과잉의 대사가 다소 많지만, 코로나 이후 영화의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김성현 기자
클래식 피아졸라 100주년 공연
올해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탱고 거장인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탄생 100주년. 피아졸라는 춤추기 위한 음악이라고만 여겼던 탱고를 과감하게 현대화해서 ‘새로운 탱고(Nuevo Tango)’의 창시자로 불린다. 작곡가의 생일인 3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음악 감독 김민)가 기념 공연을 연다.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사진>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협연하고, 작곡가의 ‘신기한 푸가’ ‘천사의 죽음’ ‘다섯 악기를 위한 콘체르토’ 등을 함께 들려준다.
영화 ‘리스타트’
전직 특수부대 요원인 로이(프랭크 그릴로)는 매일 아침 7시만 되면 깨어나서 정체 모르는 살인자들에게 무작정 쫓긴다. 재미난 건 죽고 죽어도 아침 7시로 돌아와서 추격전이 되풀이된다는 점. 일정한 시간대가 무한 반복되는 ‘타임 루프(time loop)’ 형식에 전자 오락의 재미를 가미한 액션물이다. 무엇보다 멜 깁슨과 나오미 와츠, 양쯔충(楊紫瓊)까지 화려한 캐스팅이 눈에 띈다. 영화의 장단점이 모두 명확한 경우. 심심풀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는 제격이지만, 메시지는 처음부터 아예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
6년 전 김윤석·강동원이 주연한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교단에서 문제 인물로 찍힌 고집불통 신부(神父)와 보조 사제로 뽑힌 신학생이 한 여고생의 몸에서 악령을 내쫓는 과정을 따라간다. 악령을 어떻게 표현할지,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진시킬 수 있을지가 숙제였다. 초연 무대에서는 연기나 노래 못지않게 조명이 돋보였다. 빛과 어둠을 적절히 배합하며 장면을 여닫았고 인물의 심리를 표현했다. 관객이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 촬영하는 커튼콜도 진풍경이다. 5월 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1관.
연극 ‘파우스트 엔딩’
학문에 환멸을 느낀 파우스트(김성녀)가 악마 메피스토(박완규)와 영혼을 건 내기를 한다. 하지만 그가 열정을 갖고 건설하려던 게 결국 폐허가 되고 종말을 불러온다. 괴테 원작과 달리 파우스트를 여성으로 바꿨다. 신의 구원을 거절하고 죄를 짊어진 채 지옥으로 가는 결말도 신선하다. “일만 벌이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연출가 조광화)라고 했다. 100분으로 압축해 속도감이 좋지만 고전을 아끼는 관객에겐 불친절해 보일 수도 있다. 들개 떼를 이용한 엔딩은 펀치력이 세다. 3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