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이 참 좋았어. 친구들이 입맛 없으면 ‘연희네 가서 밥 먹자’ 이랬다니깐. 그런 어머니가 만날 나보고 그랬지. ‘네가 나보다 음식을 백여시같이 잘한다’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여수 오동도’ 유연희(74) 사장은 전남 여수 8남매 장녀로 태어났다. 사업하던 아버지 손님들로 집은 늘 북적였다. 매일 손님상을 차려내는 어머니를 돕느라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배웠다.
첫 식당은 서른여덟 나이에 순천에 열었다. 1985년 상경해 강동구 고덕동에 두 번째 식당을 냈다. 그 가게는 여동생에게 물려주고, 지금 대치동에는 2000년쯤 왔다.
이 가게 비결은 제철 해산물을 맛깔스럽게 내는 것. 겨울 찬 바람이 봄바람으로 바뀌는 지금 가장 맛있는 건 새조개[鳥貝]다.
검보라색의 발이 새의 부리와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 지역마다 갈매기조개(부산, 창원), 오리조개(남해, 하동) 등 다양하게 불린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참새 빛깔에 무늬 또한 참새 깃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썼다. 여수 사람들은 물속에서 이동하는 새조개의 날랜 모습을 두고 새처럼 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안효주의 초밥산책 中>
“나 어릴 땐 새조개가 쌌어. 우거짓국에 넣어 끓여 먹고, 섬초 넣어서 무쳐 먹고 했는데, 언젠가부터 비싸지면서 샤부샤부로 만들어 먹더라고. 지금은 너무 비싸. ‘황금 조개’야.”
이 집의 새조개 샤부샤부 만들기. 먼저 무, 다시마, 멸치를 넣어 육수를 낸다. 여기에 양파, 대파, 배추,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그리고 섬초를 넣는다.
섬초는 전남 신안 지역의 품종 개량 시금치다. 해풍을 맞고 자라 일반 시금치보다 길이는 짧고 단맛이 좋다.
여기에 잘 손질된 새조개를 딱 5초만 넣는다. “원래 새조개는 날것으로도 먹어. 길어야 7~8초야. 넘기면 질겨서 맛이 없어.”
살짝 익힌 새조개를 익힌 야채와 함께 잡고 와사비 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쫄깃하고 달큰하다. 이때 찬으로 곁들이는 건 유 사장이 재작년 가을에 담근 배추김치와 작년 봄에 담근 갓김치.
“난 특기도 김장이지만, 취미도 김장이야. 텔레비전에서 김치 담그는 거 나오면 그렇게 김장을 하고 싶어.”
새조개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 보통 사람들은 이 국물을 죽으로 만들어 먹지만, 이 집 단골들은 무조건 ‘매생이 떡국’이다. 새조개가 우러난 육수에 매생이, 굴까지 들어간 떡국을 갓김치 하나 올려 먹으니 종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식당에서 새조개를 배부르게 먹긴 매우 비싸지만,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좀 더 싸게 즐길 수 있다. 깨끗하게 손질한 새조개 500g을 ‘대한민국농수산 쇼핑몰’에서는 3만9900원부터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