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이달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모두 3권.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우다영), ‘노라와 모라’(김선재),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게재합니다.
[2] 우다영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끝없는 이야기를 하는 소설들이 한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다. 한없이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뜻이 아니라 어디로든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야기라는 뜻으로.”어떤 이야기에도 끝은 없어요. 분명히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죠” 표제작인 단편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에 나오는 대사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번져나가면서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그 세계는 다시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말에 소개된 문장이 인상적이다. ”네 사람은 같은 시간을 다르게 지나왔다. 다르게 기억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다른 세계였을까.” 다른 기억과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로 넘치는, 기이한 매력으로 가득 찬 소설집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이미 시작되었고, 끝은 사라진” 이야기. “삶이 항상 죽음의 연습”이고 “꿈이 삶의 연습이듯” 존재하는 세계, “바다이며 밤이며 동시에 우주인 어두운 구멍 속을 아주 오랜 시간, 어쩌면 하나의 기나긴 생애 동안 헤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소설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나를 만든 것,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어째서 먼지나 소음 속으로 흩어지지 않을까요?”
다른 차원과 다른 시간, 그리고 다른 기억을 이야기하는 주제의 소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많은 소설들이 존재와 기억의 불확정성에 대해 다루었다. 그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기억에 대해 묻다 보면 존재의 자리에 대한 물음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낯설지 않은 주제가 우다영의 소설에서 돌연 빛이 난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현대 과학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문학적 형식과 주제의 긴밀한 조응을 그가 의식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다영의 소설은 우리가 신인에게 기대하는 성실성에 또한 응답한다. 그 응답이 영리하고 조밀하다. 그의 이야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뻗어나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다영
―2014년 단편소설 ‘셋’으로 제8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소설 부문 수상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2018)